최근 북러 밀착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련의 6·25전쟁 참전을 공식 언급한 것은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개입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일본 전문가가 분석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주최 '한일 언론포럼' 참석차 일본을 찾은 한국 기자들을 북러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13일 도쿄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히라이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갖는 것은 "아주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북러관계에서 "군사적 관계 강화가 중심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당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전달한 메시지를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 70주년 기념보고대회에서 쇼이구 장관이 대독한 축하연설문에서 "수만 회의 전투비행을 수행한 비행사들을 포함한 소련 군인들도 조선(북한)의 애국자들과 함께 어깨 겯고 싸우면서 원수를 격멸하는 데 무게있는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고 북한 매체가 당시 보도한 바 있다.
히라이와 교수는 6·25 전쟁 참전을 러시아 정부가 인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활용할 생각이 있다는 선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이를 내세워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참가할 당사자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옛 소련은 정전협정 서명국이 아니다.
소련은 자국 공군을 6·25 전쟁에 참전시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스탈린의 지시로 참전 사실은 극비에 부쳐졌고 소련과 러시아 정부는 장기간 참전을 공식 시인하지 않았다.
히라이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참전했다는 (러시아의) 선언은 앞으로 평화 프로세스에 참가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며 "특히 중국에 있어서는 경계해야 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러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형성에 여전히 신중한 태도인 중국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고도 짚었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지렛대로 북러 밀착을 사용하려 한다는 취지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아주 가까워지면 중국도 자신의 대북 영향력을 생각해 북중관계를 강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어느 정도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히라이와 교수는 "중국이 어느 정도 (신냉전 구도에) 신중한 입장인 만큼, 중국에 대한 대응에 앞으로 일본과 한국이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