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아시아선수권서 중국 조에 져 동메달
장우진-임종훈, 만리장성 못 넘었지만…"격차 좁히고 있어요"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지만, 한국 남자 탁구의 '원투 펀치' 장우진(27)과 임종훈(26·한국거래소)은 여전히 '희망'을 말했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9일 강원 평창돔에서 열린 2023 평창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준결승전에서 마룽-왕추친 조(중국·랭킹 없음)에 1-3(11-6 5-11 8-11 7-11)으로 져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탁구 팬들에게 매우 아쉬운 결과다.

이들은 단식에서 한국 남자 탁구를 쌍끌이해온 선수들이다.

복식에서도 현재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출전하지 않은 지난 2021년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좋은 기억도 있다.

앞서 남녀 단식에서 한국 선수들이 16강에서 '전멸'한 터라 장우진-임종훈 조를 향한 기대감은 더 컸다.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난 장우진과 임종훈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임종훈은 "중국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췄다.

'닥공'만으로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중국 선수 누구와 만나든 범실을 내면 절대 이길 수 없는 흐름으로 간다"면서 "과거에는 우리가 강하게 몰아붙이면 상대가 당황했는데, 요즘에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범실 없이 영리하게 플레이해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계속 강해지는 중국이지만, 임종훈과 장우진도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임종훈은 중국과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장우진-임종훈, 만리장성 못 넘었지만…"격차 좁히고 있어요"
임종훈은 "체력에서는 중국에 밀리지 않는다.

이제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라면서 "예전에 3대 7로 중국에 밀렸다면, 지금은 4.5대 5.5 정도로만 밀리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한 살 형인 장우진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임)종훈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잘해줬다"면서 "그래도 중국 선수들과 최근 붙어 본 경기 중에서는 내용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세계 3위 마룽은 탁구의 'GOAT'(역대 최고 선수)로 인정받는다.

왕추친은 마룽, 판전둥(1위)에 이어 중국 남자 탁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로 손꼽힌다.

메이저 대회 준결승전에서 한국 선수가 이들에게 진 것은, 사실 이상할 게 없는 결과다.

그러나 16강에서 무너진 단식은 얘기가 좀 다르다.

전날 열린 남자 단식 16강에서 장우진은 홍콩의 50위 베테랑 웡춘팅에게, 임종훈은 일본의 73위 다나카 유타에게 패해 탈락했다.

다가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나라의 하위 랭커들을 상대로 실수 없이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국을 꺾어 볼 '기회'라도 잡을 수 있다.

임종훈은 "아시아 탁구가 전반적으로 평준화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우리가 계속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우진은 "한 나라에서 1∼2명 정도는 누구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중국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본, 대만, 그 외 국가들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