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FTA 서명…한국, 무관세로 일본 장악 시장 공략
필리핀 수입 바나나 30% 관세 5년내 철폐…'K-푸드' 수출 때도 무관세
'日아성' 필리핀 자동차 수출 활로 열려…바나나 30% 싸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7일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필리핀 시장으로의 한국 자동차 수출 활로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체결된 한·필리핀 FTA가 향후 양국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되면 한국은 필리핀에 94.8%의 품목을, 필리핀은 한국에 96.5%의 품목을 개방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한국의 필리핀 수출과 관련해서는 자동차가 대표적 수혜 품목으로 평가된다.

필리핀은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 FTA가 발효되면 승용차와 화물차 모두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필리핀과 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한 일본 승용차에는 현재 20%의 관세가 붙는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일본이 82.5%로 압도적 1위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관세를 물지 않는 한국산 승용차가 일본산 승용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경우 현재 5%인 관세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3∼30%인 자동차 부품 관세도 5년 안에 사라진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본 기업이 압도적 존재감을 유지해 온 필리핀 시장에서 점유율을 다소나마 확대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수출된 현대차·기아의 자동차는 2021년 1천418대, 2022년 4천393대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4천430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이 강세를 보여 온 아세안 지역에 한국 자동차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필리핀과의 FTA 체결은 이런 흐름을 가속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 유망 수출품이 된 가공식품 등 식품류에 붙는 관세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현재 필리핀이 한국의 주요 식품류에 부과하는 관세는 가공식품 5∼10%, 인삼 5%, 고추 5%, 배 7%, 고등어 5% 등이다.

한국 측 민감 품목인 농수산 식품과 임산물의 경우 대부분 앞서 체결된 한·아세안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범위 내에서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 측은 필리핀의 관심 품목인 바나나 관세를 현재의 30%에서 단계적으로 낮춰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FTA 발효 첫해부터 매해 6%씩 관세가 내려간다.

한국이 수입하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필리핀산이다.

한국은 작년 전 세계에서 2억8천만달러어치의 바나나를 수입했는데, 이 중 73%에 해당하는 2억1천만달러어치 바나나가 필리핀에서 왔다.

따라서 향후 필리핀 수입 바나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바나나 가격이 현재보다 30%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