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과학 분야 석학 글로리아 최 MIT 교수 인터뷰
"면역체계가 행동·감정에 영향…우울·자폐 치료 실마리 줄 것"
"코로나19 발발 이후 아프면 우울해지거나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설명하기 쉬워졌습니다.

면역 체계가 행동이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경우처럼 면역 시스템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같은 질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과학자인 최 교수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한국뇌신경과학회 26회 연례학술대회에 특별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남편인 허준렬 하버드의대 교수와 함께 2017년 임신 중 감염이 자손에게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어 발열 상태에서 자폐증 증상이 완화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이 몸이 아프면 갑자기 (자폐증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더라"며 "연구는 면역체계가 사회성을 관장하는 영역에서 기능하며 행동을 조금 더 나아지게 했다는 걸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자폐증의 사례처럼 면역체계에서 나오는 물질이 사람의 사회행동과 감정을 변화시킨다고 보고 관련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있다.

그는 "면역체계와 뇌 사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있는지를 찾아내 어떤 뇌 부위에서 발현하는지 지도화하는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왜 행동이 변하는지, 갑자기 우울함이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허 교수가 2020년 미국에서 창업한 '인테론'은 자폐증과 우울증 등 뇌 질환을 면역학적으로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최 교수는 뇌과학자인 자신과 면역학자인 남편의 공동연구가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지난해 CJ바이오사이언스의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글로벌 자문단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최 교수는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민 1.5세대다.

그는 "이번 여름에는 아이들에게 한국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에서 한 달간 지냈다"며 이 기간 국내 의사들과 우울증에 관한 논의도 이어 왔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공동연구도 기대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최 교수는 "(부부가)기초과학을 하다 보니 인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많이 느끼는데, 남편은 한국은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며 환자 데이터가 많은 한국이 가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