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26만7천명 중 15%가 음주운전 경험…"음주운전과 자살에 연결고리, 함께 살펴야"
[김길원의 헬스노트] "한국인의 음주운전, 자살 생각과 연관성 크다"
흔히 음주운전을 자살 행위에 비유한다.

음주 운전이 타인에 대한 살인 행위로 그치지 않고 본인에게도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끊이지 않는 이런 음주운전이 실제로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와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따르면 충남대 약대·서울성모병원·일산백병원·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은 지역사회건강조사(2009년, 2013년, 2017년)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중 운전과 음주 경험이 있는 26만7천45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과 자살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음주운전을 한 번 이상 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4.6%(3만9천62명)였다.

연구팀은 이들 그룹의 자살 생각 및 자살 사고 위험을 음주운전 경험이 없는 대조군(22만8천395명)과 비교했다.

이 결과 음주운전 그룹의 자살 생각과 자살 시도 위험은 대조군에 견줘 각각 1.91배, 1.56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주목되는 건 이런 위험이 음주 운전 건수에 비례해 높아지는 특징을 나타냈지만, 음주의 횟수나 양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적은 양 또는 적은 횟수의 음주일지라도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그 자체가 자살 위험과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낮은 사회적 반응, 자제력 부족, 적대감, 공격성, 충동성,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의 특정 성격 유형이나 기질이 음주운전 및 자살 위험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동안의 연구에서 이런 특징들은 음주 운전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훨씬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한국인의 음주운전, 자살 생각과 연관성 크다"
우울증이 음주운전과 자살 사이의 연관성을 매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자살에 이르게 하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이 판단력과 자제력을 떨어뜨려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없어도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경우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부연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음주운전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 근거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자살로 의심되는 자동차 충돌로 인한 사망 비율이 각각 3.1%, 5.9%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로 볼 때 정신건강 관점에서 음주운전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충남대 약대 양보람 교수는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음주 빈도, 음주량, 우울증 병력 등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이 자살 생각 및 자살 시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자살고위험군을 관리할 때는 음주운전과 연관된 자동차 사고 위험성에 대해서도 유념하면서 정신건강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