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노래 좋아 시작했는데…살면서 이런 일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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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제작기 담은 다큐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김아현 감독
"작품 보고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하게 됐으면" 오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어떤 극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방구석에 누워만 있던" 권하정 씨는 2020년 여름, 문득 무명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그는 같은 학교 출신인 김아현 씨, 구은하 씨와 의기투합해 무작정 이승윤에게 이런 뜻을 전한다.
이승윤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의 도전이 시작된다.
뮤직비디오가 완성되고 몇 달 후, 이승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스타가 된다.
'성덕'(성공한 덕후)이자 뮤직비디오·다큐멘터리 연출자가 된 권하정·김아현 감독을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개봉이 코앞인 지금도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은 듯 "눈앞의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운 좋게 타이밍이 잘 걸렸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살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도와줬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권 감독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했다.
어느 날 평소 좋아하던 이승윤의 노래가 차 안에서 흘러나왔고, 옆에 있던 김 감독에게 "한번 해볼래?" 하고 툭 던지듯 말한 게 출발이었다.
김 감독은 고민도 하지 않고 "언니야, 하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워낙 하정 언니에 대한 신뢰가 깊기도 했고, 영화과를 졸업한 후 창작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거든요.
이승윤 씨가 저희 제안을 안 받아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무조건 같이할 거 같다는 믿음이 있었죠." 세 영화학도는 우선 이승윤의 기존 곡 '무명성 지구인'을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소품도, 촬영 도구도 변변치 않아 100% 수작업으로 만든 영상이다.
이를 담은 USB와 편지 한 통을 들고 이승윤이 노래하는 작은 공연장을 찾아갔다.
"저의 솔직한 마음을 편지로 썼어요.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는데 지금은 관뒀다, 그런데 당신의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가 만들고 싶어졌다…. 서류 봉투에 USB랑 편지를 넣어서 이승윤 씨에게 '이거'라는 말만 하고서 건넸죠. 그분도 당황한 게 보이더라고요.
사생팬처럼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어요.
하하."(권하정)
이승윤은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서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진솔한 마음에 감동해 한참을 울고 난 뒤라고 했다.
그의 대답은 "무조건 하겠다"였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다고 이들은 회고했다.
소규모 작품이다 보니 세트장에서는 선뜻 임대를 내주지 않았고, 시간이 맞는 촬영감독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권 감독은 "모든 과정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이건 안 된다'고 말했다"며 "학교에서 배운 앵글, 구성, 효과를 바탕으로 콘티를 짜도 돌아오는 답은 이렇게는 할 수 없다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하다못해 소품인 석고상도 크게는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유튜브로 검색해 배워가며 직접 만들었죠. 어느 날은 모든 스태프가 다 촬영이 가능한데, 이승윤 씨만 시간이 안 되는 일도 있었어요.
JTBC '싱어게인' 오디션 때문이었는데, 승윤 씨가 우리가 선약이니 거길 안 나가겠다는 거예요.
다행히 어찌어찌해서 둘 다 할 수 있었지만요.
"
벼랑 끝까지 몰리는 상황도 생겼지만 포기한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고 두 감독은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이미 시작한 이상 무조건 (완성)될 것이라 믿었다"며 "포기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무모해 보이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의 도전기는 또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다큐멘터리는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들에게도 이 도전은 삶과 꿈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줬다고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확신하는 계기도 됐다.
김 감독은 "꿈이든 현실이든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MBC TV '서프라이즈'에서 녹음 기사로 일하는 그는 꿈인 창작 역시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권 감독은 "이전까지는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데가 없었다"면서 "이젠 '나 이거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거 다 헤쳐 나갈 거야'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본 지인들이 연락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거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런 마음이 들기를 바라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서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연합뉴스
"작품 보고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하게 됐으면" 오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어떤 극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방구석에 누워만 있던" 권하정 씨는 2020년 여름, 문득 무명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그는 같은 학교 출신인 김아현 씨, 구은하 씨와 의기투합해 무작정 이승윤에게 이런 뜻을 전한다.
이승윤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의 도전이 시작된다.
뮤직비디오가 완성되고 몇 달 후, 이승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스타가 된다.
'성덕'(성공한 덕후)이자 뮤직비디오·다큐멘터리 연출자가 된 권하정·김아현 감독을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권 감독은 개봉이 코앞인 지금도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은 듯 "눈앞의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운 좋게 타이밍이 잘 걸렸다.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살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 같다.
온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도와줬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권 감독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했다.
어느 날 평소 좋아하던 이승윤의 노래가 차 안에서 흘러나왔고, 옆에 있던 김 감독에게 "한번 해볼래?" 하고 툭 던지듯 말한 게 출발이었다.
김 감독은 고민도 하지 않고 "언니야, 하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워낙 하정 언니에 대한 신뢰가 깊기도 했고, 영화과를 졸업한 후 창작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거든요.
이승윤 씨가 저희 제안을 안 받아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무조건 같이할 거 같다는 믿음이 있었죠." 세 영화학도는 우선 이승윤의 기존 곡 '무명성 지구인'을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소품도, 촬영 도구도 변변치 않아 100% 수작업으로 만든 영상이다.
이를 담은 USB와 편지 한 통을 들고 이승윤이 노래하는 작은 공연장을 찾아갔다.
"저의 솔직한 마음을 편지로 썼어요.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했는데 지금은 관뒀다, 그런데 당신의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가 만들고 싶어졌다…. 서류 봉투에 USB랑 편지를 넣어서 이승윤 씨에게 '이거'라는 말만 하고서 건넸죠. 그분도 당황한 게 보이더라고요.
사생팬처럼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했어요.
하하."(권하정)
이승윤은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서 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진솔한 마음에 감동해 한참을 울고 난 뒤라고 했다.
그의 대답은 "무조건 하겠다"였다.
그러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다고 이들은 회고했다.
소규모 작품이다 보니 세트장에서는 선뜻 임대를 내주지 않았고, 시간이 맞는 촬영감독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권 감독은 "모든 과정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이건 안 된다'고 말했다"며 "학교에서 배운 앵글, 구성, 효과를 바탕으로 콘티를 짜도 돌아오는 답은 이렇게는 할 수 없다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하다못해 소품인 석고상도 크게는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유튜브로 검색해 배워가며 직접 만들었죠. 어느 날은 모든 스태프가 다 촬영이 가능한데, 이승윤 씨만 시간이 안 되는 일도 있었어요.
JTBC '싱어게인' 오디션 때문이었는데, 승윤 씨가 우리가 선약이니 거길 안 나가겠다는 거예요.
다행히 어찌어찌해서 둘 다 할 수 있었지만요.
"
벼랑 끝까지 몰리는 상황도 생겼지만 포기한다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고 두 감독은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이미 시작한 이상 무조건 (완성)될 것이라 믿었다"며 "포기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무모해 보이지만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의 도전기는 또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다큐멘터리는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다.
감독들에게도 이 도전은 삶과 꿈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줬다고 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지 확신하는 계기도 됐다.
김 감독은 "꿈이든 현실이든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MBC TV '서프라이즈'에서 녹음 기사로 일하는 그는 꿈인 창작 역시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권 감독은 "이전까지는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데가 없었다"면서 "이젠 '나 이거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거 다 헤쳐 나갈 거야'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를 본 지인들이 연락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좋은 기운을 받았다'는 거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런 마음이 들기를 바라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서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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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