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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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던 시절에는 50세까지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에게 기대어 10~20년 정도 적당히 더 살다가 죽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60갑자(甲子)를 기념해 환갑잔치를 열기도 했다. 산업 사회에서 지식 정보 사회, 디지털 사회로 발전하면서 사람의 평균 수명도 80세를 넘었으며, 기대 여명은 이미 100세를 넘어가고 있다.

2014년 개봉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요나스 요나손이 집필한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00년을 산다는 게 소설이나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은퇴를 한다고 해도 이제 겨우 ‘인생 하프타임’에 불과하다. 축구게임은 전반전과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까지도 있다. 우리의 인생도 후반전은 물론 재수 없으면 연장전까지 뛰어야 한다. 농구 게임과 같이 1쿼터, 2쿼터, 3쿼터, 4쿼터로 나누는 것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20세까지는 미성년이라 부모의 부양을 받는 시기이니 자신이 게임을 뛰는 선수가 아니고 연습생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0~40세까지는 1쿼터, 40~60세까지는 2쿼터, 60~80세까지는 3쿼터, 80~100세까지는 4쿼터로 나누어진다. 축구게임과 같이 전후반으로 나누어 보면 40세까지는 전반전, 40~60세까지는 하프타임, 60세 그 이후는 후반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제1의 인생부터 제3의 인생까지 3분 하는 방법도 있다. 30세까지는 제1의 인생, 60세까지는 제2의 인생, 60세 이후는 제3의 인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어떻게 구분하든 우리는 인생을 1모작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2모작이나 3모작, 더 나아가 4모 작도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농사짓던 시절의 1모작 인생설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세대는 1모작에 맞춰 생활 하다가 ‘노후 파산’이라는 비참한 미래를 맞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구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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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대 스티븐 오스터드박사는 현재 살고 있는 어린이들 중 일부는 150세까지 장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영국의 노인재단이 발표한 자료에는 현재 40~50대는 90세, 현재 30대는 100세, 2000년 이후 태어난 아이는 130세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노화 속도가 늦어지고 생존 여명이 점점 길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축복이 아니라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40대라면 사고나 암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50년은 더 살아야 한다. 70대라고 하더라도 30년은 더 생존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어느 누구도 나이 든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도전하고 변화하는 길만이 4060세대가 앞으로 30년에서 50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단기 기억력은 감퇴하고 최근 정보를 입력해 처리하는 판단력도 급속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대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조력과 추리력은 젊은 시절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 아직 내 인생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은퇴를 하프타임으로 생각하고 인생 전반전을 회고하며 인생 후반전을 잘 설계해 멋진 제2인생, 2모작 인생을 살아야 한다.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멋진 후반전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던 하루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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