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예선서 한국 선수 중 4위 하면 메달 도전 못 해
항저우 가는 양궁 안산 "3관왕이요? 예선부터 통과해야죠!"
"주변에서 3관왕, 3관왕 하시는데, 저는 예선만 보고 있습니다.

"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신궁' 안산(광주여대)의 말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첫 3관왕을 달성했으며, 이후에도 매년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온 안산은 한국 양궁 최고 스타다.

많은 팬이 그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번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31일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가 열리는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안산은 '3관왕' 얘기에 손사래를 쳤다.

안산은 "도쿄 올림픽 출전하기 전에도, 지금도 3관왕이 목표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다.

지금은 예선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항저우 가는 양궁 안산 "3관왕이요? 예선부터 통과해야죠!"
겸손한 자세에서 나오는 말만은 아니다.

태극 궁사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정말로 예선부터가 '전쟁'이다.

남녀 각 3명씩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3명 모두가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가는 올림픽과 다르게, 아시안게임은 4명씩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2명이 개인전, 3명이 단체전에 나간다.

혼성전은 남녀 선수 한 명씩 짝을 이뤄 한 조만 출전한다.

다른 나라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남녀 4명의 선수가 모두 메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출전 종목을 배정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 양궁은 다르다.

오직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순으로 출전권을 몰아준다.

첫날 예선(랭킹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에 모두 출전한다.

2위인 선수는 개인전과 단체전에, 3위 선수는 단체전에만 나선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종목별 출전권을 배분할 예정이다.

결국 예선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쏜 선수는 메달에 도전할 기회가 없다.

항저우에서 다른 동료 3명이 메달 경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대표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기 때문에 안산이 '불운의 4위'를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항저우 가는 양궁 안산 "3관왕이요? 예선부터 통과해야죠!"
안산은 "예선 성적이 좋아야 본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예선에 우선 집중하려고 한다.

주변의 기대와 상관없이 난 예선만 바라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예선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마음은 설렌다.

안산은 "기대가 되면서도, 각오도 남다르다.

아시안게임이 올림픽보다도 치열한 대회이기 때문"이라면서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대회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출사표를 올렸다.

이어 "도쿄 이후 2년간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상대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나 특징들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게 경쟁력"이라면서 "올림픽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회에 나갔는데, 이번에는 큰 기대를 받는 만큼 초연하게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정몽구배는 안산에게 치열하게 펼쳐질 아시안게임에서의 '내부경쟁'을 미리 맛본 대회가 되고 말았다.

안산은 1일 진행된 64강전에서 황재민(창원시청)에게 4-6으로 져 조기 탈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