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찾기 어렵던 숯불갈비 식당이었지만 광우병 파동이 터지면서 손님이 싹 사라졌다. 고민 끝에 청국장 전문점으로 선회하기로 남편과 합의한 뒤 친정엄마로부터 비법을 배우기로 했다. 수시로 고향인 부여에 오가며 배운 청국장을 숯불갈비 후식으로 제공한 지 서너 달. “정식 메뉴로 내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손님들 성화에 출시한 청국장은 일본 방송국에서 취재해 갈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충남 공주에 있는 ‘원진노기순청국장’ 얘기다. 노기순 대표는 “외환위기 사태와 광우병 파동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청국장이 지금은 효자가 됐다”며 “사계절 내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원진노기순청국장’을 비롯한 백년가게 86곳과 백년소공인 52곳을 이날 신규 지정했다. 백년가게·소공인은 장수 소상공인 성공 모델을 확산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경쟁률은 백년가게 3.7 대 1, 백년소공인 5 대 1로 작년보다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현재 전국적으로 백년가게는 1424곳, 백년소공인은 959곳 지정돼 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고유사업을 유지해온 소상인·중소기업, 백년소공인은 15년 이상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고유한 숙련 기술을 보유한 소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정된 백년소공인으로는 대구에 있는 ‘삼송제시카즈베이커리’가 대표적이다. 전국 5대 빵집으로 꼽히는 삼송빵집의 본점으로, 오븐에 구워낸 크로켓과 아삭한 통옥수수빵이 주메뉴다. 자체 나눔 행사인 ‘삼송 나누리’를 꾸준히 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열심이다.

이왕재 중기부 지역상권과장은 “백년가게·소공인엔 판로 확대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입점, 기획전 개최 등 온라인 판로 개척과 밀키트 매장 입점, 전시회·박람회 참가를 지원한다”고 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