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동의 없는 접촉 아니다" 주장
정부는 '실력 행사' 예고…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도 규탄
스페인축구협회장 사퇴 거부…국가대표 선수들은 '보이콧' 맞불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사퇴를 거부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협회 비상 회의가 끝나고 단상에 서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4차례나 반복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번 사태가 '거짓된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으로 단정하며 자신의 입맞춤이 상호 간 동의로 나온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일 스페인 대표팀이 여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후 시상식에서 두 손으로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이후 에르모소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혔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성폭력에 해당하는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문제의 행동 전 에르모소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을 안아서 들어 올려달라는 게 에르모소의 당시 요청이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는 요청에 '그렇게 하라'는 답도 받았다는 게 루비알레스 회장의 주장이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퇴 거부…국가대표 선수들은 '보이콧' 맞불
루비알레스 회장은 "내가 내 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입맞춤이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성폭력으로 규정한 자국 장관과 법적 다툼을 벌여서라도 명예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퇴 거부' 선언 직후 에르모소는 현지 선수노조인 풋프로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 없고, 루비알레스 회장이 언급한 대화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듭 입장을 낸 에르모소는 "어떤 직장에서도 이런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주축인 에르모소를 비롯한 23인의 여자대표팀은 풋프로를 통해 성명을 내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이들 외 66명의 선수 역시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리를 지키면 더는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대표팀 경기에 뛰지 않겠다는 성명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 정부는 '실력 행사'에 나설 전망이다.

국가스포츠위원회(CSD)에 따르면 정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포츠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루비알레스 회장의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에서 '성차별적 행위'가 인정된다면 곧장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퇴 거부…국가대표 선수들은 '보이콧' 맞불
스페인 프로축구 양대 명가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도 규탄 행렬에 동참했다.

바르셀로나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놓고 "무조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징계에 착수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외 세비야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직접 요구하는 등 각 구단도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FIFA도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징계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침묵을 지키는 유일한 기관은 유럽축구연맹(UEFA)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현 UEFA 부회장이기도 하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UEFA가 추진하는 2030년 남자 월드컵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UEFA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우크라이나를 묶어 월드컵을 유럽에서 개최하려 한다.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스페인 안팎에서 가열되고 있다.

스페인 남자 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끈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은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말 창피하다"고 썼고, 현역인 공격수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레알 베티스)는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농구의 전설 파우 가솔도 "스포츠계에서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평등·타인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동, 자세를 보여준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축구협회장 사퇴 거부…국가대표 선수들은 '보이콧' 맞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