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시간 3시간에 초읽기 대신 '추가 20분' 2회 사용 가능
단, '추가 20분'마다 벌점도 2점씩
응씨배 첫 우승 도전 신진서…'시간 안배'가 가장 큰 변수
"초중반에 너무 빨리 두다 보면 자칫 경솔한 수가 나올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신중하게 두면 후반에 시간에 쫓겨 큰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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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랭킹 1위 신진서(23) 9단이 중국의 셰커(23) 9단과 우승을 다투는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는 '전만법(塡滿法)'이라는 규칙을 적용한다.

이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가 고안한 '전만법'은 계가할 때 집을 세는 한국, 일본 방식과 달리 중국처럼 돌(점·點)을 세서 승부를 가린다.

흑이 백에게 제공하는 덤은 8점(7집반)으로 한국기원(6집반)보다 많고 중국기원과 같다.

응씨배 첫 우승 도전 신진서…'시간 안배'가 가장 큰 변수
가장 독특한 규정은 각자 제한 시간 3시간에 초읽기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세계대회는 제한 시간 2∼3시간에 초읽기 1분(혹은 40초) 5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초읽기는 1분 안에 돌을 두면 다시 1분이 남기 때문에 시간 제한없이 계속 바둑을 둘 수 있다.

그런데 초읽기 규정이 없는 응씨배는 그렇지 않다.

3시간 안에 바둑을 끝내지 못하면 추가 20분이 제공되는데 이때 벌점으로 2점이 공제된다.

추가 20분이 지난 뒤에도 대국이 끝나지 않으면 다시 20분이 제공되고 벌점도 2점이 늘어난다.

하지만 두 번째 20분 안에도 바둑을 끝맺지 못하면 시간패를 당한다.

이 때문에 대국 후반 시간에 쫓기는 기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신진서는 지난 2021년 1월 열린 응씨배 준결승(3전 2승제) 1국에서 중국 자오천위 9단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바둑은 신진서가 종반까지 불리했는데 자오천위가 대국 막판 추가 20분으로 벌점을 받은 뒤 시간에 쫓기며 자멸했다.

응씨배 첫 우승 도전 신진서…'시간 안배'가 가장 큰 변수
KB바둑리그 한국물가정보팀 감독이자 바둑TV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정상 9단은 "이번 응씨배 결승전은 객관적인 실력에서 신진서가 앞서는 것이 분명하지만 독특한 규정 탓에 '시간 안배'를 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상 감독은 "초읽기가 없는 응씨배에서 초중반에 너무 빨리 두면 경솔한 수가 나올 수 있고, 또 너무 신중하게 두면 후반 들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신진서가 세계대회에서 조금 좋지 않았는데 실력만큼은 압도적으로 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부담을 잘 이겨내고 차분하게 자신의 실력만 발휘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진서와 셰커의 제9회 응씨배 결승 3번기 1국은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2국은 하루 휴식 뒤 23일 열리고 1승 1패가 되면 최종 3국은 24일 진행된다.

응씨배 우승 상금은 세계 바둑대회 중 최고액인 40만달러(약 5억3천7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만달러(약 1억3천400만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