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지근욱 각각 개인전

9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미술품장터)인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행사 자체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해외 미술계 인사들에게 갤러리들이 알리고 싶은 작가를 선보일 기회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관심이 크다.

대개 유명 작가들을 내세우기 마련이지만 서울 소격동의 학고재는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줄 작가로 젊은 작가 이우성과 지근욱을 선정하고 이들의 개인전을 9일 시작했다.

학고재가 프리즈 찾는 미술계 인사에게 소개하는 젊은작가들
◇ '지금, 우리'를 그리는 작가 이우성
1983년생인 이우성은 '지금, 우리'를 그리는 작가다.

민화와 괘불, 걸개그림, 과거 유행했던 극장 간판 그림 같은 여러 형식을 섞어 만든 새로운 스타일로 오늘날 우리 사회 젊은이의 초상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인물화로 전시장을 채웠다.

대청마루에 앉아 웃고 있는 두 친구, 스마트 밴드를 착용한 여성이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빈 노트에 뭔가를 적는 여성, 산 뒤로 해가 넘어가며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뒷모습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담아냈다.

주변 사람들과 사물들을 주로 그려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프레임 속에 직접 등장한다.

학고재가 프리즈 찾는 미술계 인사에게 소개하는 젊은작가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인물화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은 작가가 친구 13명과 함께 한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이제는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고 한 친구는 딸도 데리고 왔다.

작가는 어깨동무하고 환하게 웃는 친구와 자기 모습을 가로 6m, 세로 2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 형식으로 그렸다.

연작 '지금 작업중입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자화상들이다.

만화 캐릭터처럼 표현된 그림 속 작가는 잘 풀리지 않는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한다.

컵라면을 먹으면서도,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쥐고 있으면서도, 여러 잔의 커피로 카페인을 채우면서도 작업을 걱정하는 작가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린 그림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 전시장을 시원하게 해주는 수박 그림 연작도 눈에 띈다.

새빨간 수박 과육과 투명한 얼음, 사이다의 탄산 거품에서 청량함이 느껴지는 이 연작의 제목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여기 앉아보세요'다.

학고재가 프리즈 찾는 미술계 인사에게 소개하는 젊은작가들
◇ 색연필로 그은 선이 만드는 세계…지근욱展
캔버스 위에 색연필로 선을 그어 추상화를 그리는 지근욱(38) 작가는 원래 판화 전공이었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판화에 서명할 용도로 색연필을 챙겼다.

그러다 영국에서 아트&사이언스를 공부한 그는 캔버스에 양자역학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세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 도구를 찾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그 색연필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색연필 작업은 노동집약적이다.

문래동 철공소에서 주문한 여러 형태의 쇠자를 대고 수없이 캔버스에 색연필로 선을 긋는다.

직선으로, 때로는 곡선으로 그은 무수한 선들이 모여 얼핏 옵아트(착시 현상을 이용해 리듬감과 조형미를 느끼게 하는 예술)를 연상시키는 추상화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선 안개 같은 색채 위에 호(弧) 모양의 선이 교차하는 모양을 담은 '임시의 테', 좀 더 운동감이 강한 곡선들로 채운 '상호-파동', 수평의 안개를 수직의 직선이 가로지르는 느낌의 '교차-형태' 등 3개 연작을 선보인다.

'교차-형태' 연작 중 15개 캔버스로 이뤄진 가로 8m 크기 타원형의 '교차-형태(복사)'는 멀리서 보면 우주선이나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연작에서는 캔버스의 모양을 다양하게 변형하고 변형된 캔버스를 모아 새로운 형태를 조합해 내는 실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두 전시 모두 9월13일까지.
학고재가 프리즈 찾는 미술계 인사에게 소개하는 젊은작가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