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2' 손석구 "배우로서 소진된다는 고민도…연출작 준비 중"

임지섭 대위 역…"인간적인 모습이 흥미로웠죠"
"대중이 나를 지겨워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지겨워하길"

"대중이 저를 지겨워하기 전에 제가 먼저 저를 지겨워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래야 한발 앞서 변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대세 배우' 손석구는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그 흔한 미사여구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단호하고 명쾌한 답변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리자 그는 멋쩍다는 듯이 "너무나 명백히 전에 비해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질문들에 대한 답변 역시 담백하고 꾸밈없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면 턱을 괴고 뜸을 들이거나, 한명한명 시선을 맞추며 말할때는 여유가 묻어났다.

손석구는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2'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 엘리트 임지섭 대위를 연기했다.

시즌1에서는 실적에 눈이 멀어 포상 휴가 나간 D.P.조 병사를 휴가지에서 차출할 정도로 막 나가는 이기적인 인물로 비쳤지만, 시즌2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손석구는 "임지섭 대위가 변화한다는 설정은 시즌1에서부터 정해져 있었다.

한준희 감독님이 '시즌2를 한다면 임지섭의 성장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도 변화의 진폭이 큰 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임지섭은 일직선을 따라 변화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가도 후회하고, 의심하고, 갈팡질팡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재밌었죠. 대게 변화를 다짐한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요.

"

임지섭은 극 중 가장 현실적인 인물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안준호(정해인 분), 한호열(구교환), 박범구(김성균)처럼 정의롭고 이상적인 캐릭터들과 달리 임지섭은 눈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부패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악에 대한 두려움과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다.

손석구는 "임지섭이 김루리를 도울 때까지만 해도 그 이유는 다분히 이기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지섭은 본인의 헌병대에서 김루리를 데려와야 그 공을 받고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며 "감독님과 상의를 거쳐 이런 복합적인 심정을 대사를 통해 구체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영화 '블랙스톤'으로 데뷔한 손석구는 2019년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와 '멜로가 체질'로 얼굴을 알렸다.

2021년 'D.P. 시즌1',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등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지난해에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영화 '범죄도시2'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전성기를 맞았다.

손석구는 "배우로서 미디어에 노출이 잦아지면서 스스로 많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면 그만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많이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작품 사이사이에 개인적인 일상도 잘 살아서 좋은 모습으로 변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무대에 복귀한 것도, 현재 차기 연출작을 준비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도 경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한다.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들인 보다 일상적인 습관 중 하나는 바로 걷기 운동이다.

손석구는 "제게 걷는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이라며 "먼 거리도 차로 이동하기보다는 주로 걸어 다닌다"고 말했다.

"똑같은 편의점에 가더라도 다른 길을 걸어본다거나, 매일 가던 편의점 대신 새로운 편의점을 가보는 이런 태도가 경험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것 같아요.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로 운전하면 경험이 한정돼버리잖아요.

"
멜로와 장르물을 오가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지만, 배우로서 깨고 싶은 한계는 없을까.

"글쎄요"라며 한참 뜸을 들인 손석구는 "연기로 깨고 싶은 한계는 없다"고 답했다.

"손석구 개인으로서는 새로운 경험으로 한계를 깨고, 범주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배우로서는 제가 가진 것들을 잘 조리해서 꺼내 보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계를 깨기 위해 제게 있지도 않은 모습을 카메라 앞에 꺼내 보이는 건 자신 없어요.

그런 끼가 있지도 않고요.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