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간 도전해온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개발입증시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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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극저온서 초전도현상 최초 발견…2018년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공개
2020년대 들어 상온 초전도체 주장 연구들 등장…"학술적 검토 제대로 거쳐야" 상온과 대기압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를 국내 기업이 개발했다는 주장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전도체를 상온에서 구현하면 전력을 이용하는 모든 설비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핵융합로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112년 전 처음 발견된 후 과학계는 계속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 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상온 초전도체임을 주장하는 물질들까지 나오고 있지만 학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아직은 검증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완전한 도체 겸 반자성 구현을 위한 인류의 대장정
초전도체는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도체'의 특성과 주변 자기장을 밀쳐내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이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오너스가 액체헬륨으로 수은을 4.2K(영하 약 269도)까지 낮추자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해 처음 발견했다.
이후 납 등 다른 물질에서도 초전도체가 발견됐지만 이런 극저온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부터는 극저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1986년 스위스 물리학자 카를 알렉산더 뮐러와 독일 물리학자 요하네스 베드노르츠는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로 결합한 물질이 영하 238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영하 250도 정도까지 구현되던 앞선 초전도체보다 약 12도를 높인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고온 초전도체'로 지칭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뭘러와 베드노로즈는 연구가 공개된 지 1년 만인 1987년 이례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그만큼 물리학계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로도 꼽힌다.
이후 초전도체의 온도는 점차 높아졌지만, 대신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해 실제 활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 박사가 황화수소를 영하 70도에서 대기압의 150만배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발표했다.
에레메츠 박사는 2019년에는 수소화란타넘으로 영하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발표하기도 했다.
◇ 2020년대 들어 활발해진 상온 초전도체 연구
영상 15도 이상에서 구현되는 상온 초전도체가 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팀이 이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수소와 탄소, 황을 이용한 물질이 영상 15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네이처는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했다.
디아스 교수는 올해 네이처에 다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했지만, 2021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낸 논문이 또다시 데이터 조작을 이유로 철회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상온 초전도체에 관심이 큰 것은 초전도체를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다면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양자컴퓨터·자기부상열차 등 성능 상상초월 업그레이드
기본적으로는 전기 저항을 줄여 전력 송신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송전으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3.59% 정도로, 손해액은 연평균 약 1조6천99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초전도체를 활용한 초전도 케이블 개발도 활발한 상황이다.
저항을 줄일 수 있으면 저항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 발열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양자컴퓨터 등 온갖 전력을 활용한 전자 장치들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효과를 활용한 자기부상열차에도 쓰인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인체 내부를 관찰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도 초전도 전자석을 쓰는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초전도 전자석 안에 가둬 핵융합을 일으키는 핵융합장치 등에도 초전도체가 활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됐다고 해서 바로 이러한 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학교 교수)은 "상온 초전도체임이 검증된다면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검증이 학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공개되고 있어 그에 따라 경제·사회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0년대 들어 상온 초전도체 주장 연구들 등장…"학술적 검토 제대로 거쳐야" 상온과 대기압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를 국내 기업이 개발했다는 주장이 국내를 넘어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전도체를 상온에서 구현하면 전력을 이용하는 모든 설비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핵융합로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3일 과학계에 따르면 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이 112년 전 처음 발견된 후 과학계는 계속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임계 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상온 초전도체임을 주장하는 물질들까지 나오고 있지만 학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아직은 검증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완전한 도체 겸 반자성 구현을 위한 인류의 대장정
초전도체는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도체'의 특성과 주변 자기장을 밀쳐내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이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오너스가 액체헬륨으로 수은을 4.2K(영하 약 269도)까지 낮추자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해 처음 발견했다.
이후 납 등 다른 물질에서도 초전도체가 발견됐지만 이런 극저온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부터는 극저온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1986년 스위스 물리학자 카를 알렉산더 뮐러와 독일 물리학자 요하네스 베드노르츠는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로 결합한 물질이 영하 238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영하 250도 정도까지 구현되던 앞선 초전도체보다 약 12도를 높인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고온 초전도체'로 지칭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뭘러와 베드노로즈는 연구가 공개된 지 1년 만인 1987년 이례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그만큼 물리학계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로도 꼽힌다.
이후 초전도체의 온도는 점차 높아졌지만, 대신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해 실제 활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 박사가 황화수소를 영하 70도에서 대기압의 150만배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발표했다.
에레메츠 박사는 2019년에는 수소화란타넘으로 영하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발표하기도 했다.
◇ 2020년대 들어 활발해진 상온 초전도체 연구
영상 15도 이상에서 구현되는 상온 초전도체가 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2020년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팀이 이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수소와 탄소, 황을 이용한 물질이 영상 15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네이처는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했다.
디아스 교수는 올해 네이처에 다시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했지만, 2021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낸 논문이 또다시 데이터 조작을 이유로 철회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상온 초전도체에 관심이 큰 것은 초전도체를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다면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양자컴퓨터·자기부상열차 등 성능 상상초월 업그레이드
기본적으로는 전기 저항을 줄여 전력 송신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송전으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3.59% 정도로, 손해액은 연평균 약 1조6천99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초전도체를 활용한 초전도 케이블 개발도 활발한 상황이다.
저항을 줄일 수 있으면 저항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 발열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양자컴퓨터 등 온갖 전력을 활용한 전자 장치들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효과를 활용한 자기부상열차에도 쓰인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인체 내부를 관찰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도 초전도 전자석을 쓰는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초전도 전자석 안에 가둬 핵융합을 일으키는 핵융합장치 등에도 초전도체가 활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됐다고 해서 바로 이러한 응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학교 교수)은 "상온 초전도체임이 검증된다면 이는 과학·기술 분야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검증이 학술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공개되고 있어 그에 따라 경제·사회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