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부고 이야기…'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말은 유명한 라틴어 문장 중 하나다.

죽음을 기억하며 삶을 살다 보면 그 삶의 의미는 한층 더 풍부해지고, 건실해질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부고 전문기자인 제임스 R. 해거티는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보라고 권한다.

라틴어 격언처럼 현실을 더 잘 살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데다가 당신의 삶이 글을 통해 다른 이의 기억 속에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거티 기자가 쓴 신간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인플루엔셜)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800여 건이 넘는 부고 기사를 쓰며 여러 삶을 지켜본 저자는 부고란 "소음과 분노가 가득한 인생 이야기이며, 운이 조금 따른다면 약간의 유머와 의미 있는 교훈도 포함될 수 있다.

죽음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말한다.

유명인의 삶만 부고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가 쓴 대부분의 부고 기사는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저자는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며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고 강조한다.

부고 이야기…'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고를 잘 쓸 수 있을까.

우선 기본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태어난 곳과 자란 곳, 종교의 유무, 삶에 영향을 준 요인, 배우자를 만나게 된 사연, 자녀의 이름과 출생일, 사회생활, 공동체 생활, 별난 취미나 기이한 버릇 등을 고려해서 적어야 한다.

수상 기록은 꼭 필요한 것만 쓰는 것이 좋다.

공직 임명 이력이나 클럽 가입목록도 가장 중요한 것들만 쓰도록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 것보다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야기가 꿈틀거려야 좋은 부고 기사고, 그러려면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령 "고등학교 시절 가장 힘들었던 건 체중 감량이었다"고 쓴 뒤 "체내 수분량을 줄이기 위해 하루 수분 공급량은 얼음 네 조각이 전부였다"처럼 구체적인 일화를 뒷받침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삶을 미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첨언한다.

여기에 유머까지 갖추면 좀 더 훌륭한 부고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고 이야기…'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부고 기사를 읽다 보면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부고란 섬뜩한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소란을 다 겪은 이가 들려주는 영감에 가득 찬 이야기다.

거기엔 삶을 위로하는 따뜻한 위트와 슬픔의 깊이가 모두 담겨있다.

"이들은 성공하는 법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생계를 꾸리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횡재를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

"
책의 원제는 유어스 트룰리(Yours Truly).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라는 뜻이다.

정유선 옮김. 39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