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쿄전력 수뇌부 무능 조명…긴장감·작품성 아쉽다는 반응
쓰나미만 탓할 수 없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日 '더 데이스'
시작은 일본 관측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였지만, 후쿠시마 원전 파괴를 막지 못한 것은 부실한 대응 때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는 이처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극중 토오전력) 수뇌부의 부족한 대처가 사고를 막지 못한 원인이 됐다는 결론으로 향한다.

드라마는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부터 시간 순서대로 사고의 진행 경과를 다뤘다.

지진 발생 직후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큰 피해는 없었으나 이후 쓰나미가 덮치고 원전 폭발이 가시화하면서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야기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 총리실과 지휘실, 사고 상황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브리핑룸, 토오전력 직원 키리하라 코키의 고향 집 등을 주 무대로 한다.

각각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모두 암담하고 점차 최악의 상황을 향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고 수습에 임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크게 엇갈린다.

원전 현장에 있는 토오전력 직원들은 어떻게든 사고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원전 폭파를 막기 위해 수증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벤트'를 위해 방사능이 퍼진 원전 건물 안으로 들어갈 직원을 뽑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원하면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한데도 직원들은 앞다퉈 "제가 가겠다"며 손을 들고, 나이 든 직원이 "젊은 직원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만류한다.

반면 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한데 모인 총리실과 지휘실, 브리핑룸에서는 긴박감이 더해질수록 한심한 모습이 반복된다.

원자력 안전 보안원 원장은 총리의 질문에 기초적인 내용조차 대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고, 보다 못한 총리가 "당신이 원자력 전문가 맞느냐"고 묻자 "도쿄대 경제학부 출신"이라고 대답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상황을 브리핑하는 장면은 더욱 한심하게 그려진다.

사고 위험이 있는 원자로가 1호기인지 2호기인지도 헷갈리는가 하면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기 일쑤다.

'더 데이스'는 재난을 거대한 규모로 담아내는 영상미보다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한편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난 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긴장감을 다소 떨어트리는 효과도 낳았다.

7일 동안 벌어진 일을 8회에 걸쳐 다소 긴 분량으로 다룬 점, 분량 중 많은 부분이 재난 현장이 아닌 총리 관저 등의 공간에 쓰인 점, 시각정보 대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은 점도 긴장감의 밀도를 낮춘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러시아의 원전 누출 사고를 다룬 HBO 드라마 '체르노빌'(2019)과 비교해 긴장감과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청자는 미국 비평 사이트 IMDB에 "'더 데이스'의 분량은 7시간으로 '체르노빌'의 5시간 30분보다 긴데도 사고의 배경이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토오전력 직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재난의 참상을 강조하고 감동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난의 본질을 흐려놓았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한 시청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국 말단 직원들의 헌신과 사투에 포커스를 맞춰 사고를 미화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더 데이스'는 다른 국가들에서는 지난달 1일 공개됐으나 한국에서만 이달 20일에야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넷플릭스가 '더 데이스' 공개를 미룬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 시행과 맞물려 공개일이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