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뜯듯 피아노 두드린 손열음…대금과 환상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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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여우락' 폐막 공연…대금 연주자 이아람과 협연
손열음, 하프시코드·토이피아노도 연주…"즉흥연주 무대는 처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의자에서 일어나 덮개가 반쯤 열린 그랜드 피아노 옆에 바짝 붙어 섰다.
허리를 살짝 숙인 손열음은 건반이 연결된 피아노 안쪽의 해머와 현 쪽에 오른손을 쭉 뻗은 채, 왼손으로는 건반을 힘있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명쾌한 타건이 내는 맑은소리가 아닌, 가야금의 줄을 뜯을 때 나는 울림 가득한 묵직한 소리가 났다.
관객들은 피아노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지 신기한 듯 일제히 고개를 쭉 빼고 손열음을 바라봤다.
여기에 구성진 대금 소리가 덧입혀지며 피아노와 대금의 환상 콜라보가 펼쳐졌다.
손열음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대금 연주자 이아람과 함께 지금껏 듣지 못했던 연주를 들려줬다.
국립극장의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폐막 공연 '백야'에서다.
피아노와 대금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이번 공연은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단순한 협연이 아니었다.
손열음과 이아람은 두 악기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선율을 넘어 다채로운 시도로 어디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음악적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은 이아람이 손열음에게 함께 무대를 만들자고 제안으로 성사됐다.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공연을 보러 올 정도로 국악을 좋아하는 손열음은 이아람의 제안을 받고 단번에 "해보자"고 답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앙코르곡을 포함해 총 9곡을 준비했다.
손열음은 그간 클래식 곡을 연주해온 그랜드 피아노뿐만 아니라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에 쓰였던 하프시코드, 앙증맞은 크기의 토이피아노(장난감피아노)도 연주했다.
피아노와 대금 소리는 제법 잘 어울렸다.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이 거울'에서는 손열음이 피아노 건반의 3개 음을 한음씩 차분하게 누를 때마다 이아람은 구성진 대금 소리로 그 음의 사이사이를 채워 넣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소품 3편으로 구성한 '아워 임퍼펙션'에서는 피아노의 낮은음의 격정적인 연주에 맞춰 대금도 리드미컬하게 소리를 짧게 끊어내며 박자를 맞췄다.
이아람이 비트박스를 하는 것처럼 대금을 힘있게 불면, 손열음은 피아노를 장구처럼 경쾌하게 두드리며 흥을 돋웠다.
두 사람의 연주는 E플랫 코드 하나만 정해놓고 각자 마음껏 악기를 연주하는 '황종평조 Eb 마이너', 새롭게 구성한 '문묘제례악' 등 즉흥연주에서 절정에 달했다.
대금의 연주로 출발한 '황종평조 Eb 마이너'는 곧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끌어냈고, 각자의 매력을 뽐내다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문묘제례악' 연주 때는 대금 연주법에 변화를 줘 마치 기계에서 에러가 나는 것 같은 전자음을 들려줬다.
두 사람은 공연 중간중간 곡에 대한 설명과 감상을 덧붙이기도 했다.
손열음은 즉흥 연주를 마친 뒤 "살면서 즉흥연주로 무대에 오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저는 평생 악보에 갇혀 살아왔다.
그렇다고 악보가 갑갑하다는 뜻은 아니다.
저에게 악보는 밖에 나갈 때 옷을 입는 것 같은 존재"라며 "서양음악은 '음정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2개 이상의 음이 관계성을 가지는 것인데, 서로 다른 음 사이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아람은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고 많은 시도를 했다"며 "어떤 분은 감동을, 어떤 분은 재미를, 어떤 분은 생각할 거리를 안고 돌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여우락' 축제는 손열음과 이아람의 공연을 포함해 판소리와 굿을 한 무대에 올린 '불문율', 불교 의식에서 사용되는 음악인 범패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풀어낸 'lull∼ 유영' 등 장르 사이의 벽을 뛰어넘는 공연 12편을 선보이고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
손열음, 하프시코드·토이피아노도 연주…"즉흥연주 무대는 처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의자에서 일어나 덮개가 반쯤 열린 그랜드 피아노 옆에 바짝 붙어 섰다.
허리를 살짝 숙인 손열음은 건반이 연결된 피아노 안쪽의 해머와 현 쪽에 오른손을 쭉 뻗은 채, 왼손으로는 건반을 힘있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명쾌한 타건이 내는 맑은소리가 아닌, 가야금의 줄을 뜯을 때 나는 울림 가득한 묵직한 소리가 났다.
관객들은 피아노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지 신기한 듯 일제히 고개를 쭉 빼고 손열음을 바라봤다.
여기에 구성진 대금 소리가 덧입혀지며 피아노와 대금의 환상 콜라보가 펼쳐졌다.
손열음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대금 연주자 이아람과 함께 지금껏 듣지 못했던 연주를 들려줬다.
국립극장의 여름 음악 축제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폐막 공연 '백야'에서다.
피아노와 대금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이번 공연은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단순한 협연이 아니었다.
손열음과 이아람은 두 악기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선율을 넘어 다채로운 시도로 어디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음악적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은 이아람이 손열음에게 함께 무대를 만들자고 제안으로 성사됐다.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공연을 보러 올 정도로 국악을 좋아하는 손열음은 이아람의 제안을 받고 단번에 "해보자"고 답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앙코르곡을 포함해 총 9곡을 준비했다.
손열음은 그간 클래식 곡을 연주해온 그랜드 피아노뿐만 아니라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에 쓰였던 하프시코드, 앙증맞은 크기의 토이피아노(장난감피아노)도 연주했다.
피아노와 대금 소리는 제법 잘 어울렸다.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이 거울'에서는 손열음이 피아노 건반의 3개 음을 한음씩 차분하게 누를 때마다 이아람은 구성진 대금 소리로 그 음의 사이사이를 채워 넣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소품 3편으로 구성한 '아워 임퍼펙션'에서는 피아노의 낮은음의 격정적인 연주에 맞춰 대금도 리드미컬하게 소리를 짧게 끊어내며 박자를 맞췄다.
이아람이 비트박스를 하는 것처럼 대금을 힘있게 불면, 손열음은 피아노를 장구처럼 경쾌하게 두드리며 흥을 돋웠다.
두 사람의 연주는 E플랫 코드 하나만 정해놓고 각자 마음껏 악기를 연주하는 '황종평조 Eb 마이너', 새롭게 구성한 '문묘제례악' 등 즉흥연주에서 절정에 달했다.
대금의 연주로 출발한 '황종평조 Eb 마이너'는 곧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끌어냈고, 각자의 매력을 뽐내다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문묘제례악' 연주 때는 대금 연주법에 변화를 줘 마치 기계에서 에러가 나는 것 같은 전자음을 들려줬다.
두 사람은 공연 중간중간 곡에 대한 설명과 감상을 덧붙이기도 했다.
손열음은 즉흥 연주를 마친 뒤 "살면서 즉흥연주로 무대에 오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저는 평생 악보에 갇혀 살아왔다.
그렇다고 악보가 갑갑하다는 뜻은 아니다.
저에게 악보는 밖에 나갈 때 옷을 입는 것 같은 존재"라며 "서양음악은 '음정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2개 이상의 음이 관계성을 가지는 것인데, 서로 다른 음 사이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연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아람은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고 많은 시도를 했다"며 "어떤 분은 감동을, 어떤 분은 재미를, 어떤 분은 생각할 거리를 안고 돌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여우락' 축제는 손열음과 이아람의 공연을 포함해 판소리와 굿을 한 무대에 올린 '불문율', 불교 의식에서 사용되는 음악인 범패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풀어낸 'lull∼ 유영' 등 장르 사이의 벽을 뛰어넘는 공연 12편을 선보이고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