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여자배구 FA 최고액 경신…"VNL, 지는 경기에서도 많이 배워"
'페퍼 우승 청부사' 박정아 "제일 밑인데 무슨 부담 있겠어요"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박정아가 '우승 청부사'의 여유를 드러냈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는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뒤 3년 총액 23억2천500만원이라는 특급 대우를 받고 페퍼저축은행으로 옮겼다.

연간 7억7천500만원은 여자배구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액수로, 박정아는 3년 계약으로 역대 여자배구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을 경신했다.

IBK기업은행에서 3차례, 한국도로공사에서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견인한 '클러치 박'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박정아는 19일 광주시체육회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 미디어데이에서 "당연히 부담감은 있지만 저 혼자 배구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같이 재밌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밑에서 올라가는 건데 무슨 부담이 있겠어요"라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

페퍼저축은행은 재작년 출범해 2021-2022, 2022-2023시즌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박정아는 페퍼저축은행에서 우승 반지를 몇 개나 끼고 싶냐는 질문에 "하나는 무조건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 팀에 왔다"면서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함께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페퍼 우승 청부사' 박정아 "제일 밑인데 무슨 부담 있겠어요"
국가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박정아는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돌아왔다.

대표팀은 VNL 예선에서 12전 전패, 재작년 대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7연패를 당했다.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박정아는 그 속에서 한 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박정아는 "지는 게임에서도 배울 점은 많다"며 "다른 나라와 게임을 하면 용병 6명과 붙는 기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느끼는 게 많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추세인 '빠른 배구'를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할 배구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페퍼 우승 청부사' 박정아 "제일 밑인데 무슨 부담 있겠어요"
페퍼 선수들도 박정아의 합류를 반겼다.

지난 시즌 페퍼에서 고군분투한 아웃사이드 히터 이한비는 "같은 포지션에 언니들이 많이 와줘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해맑게 웃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박정아와 두 시즌 간 한솥밥을 먹었던 세터 이고은은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좋다"며 "세터로서 언니가 잘 때릴 수 있도록 공을 잘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베테랑 리베로 오지영은 "다음 시즌 때의 합이 기대된다"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배구를 해야 자기 실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감을 안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공개 훈련에서 박정아는 우렁차게 기합을 불어넣는 등 팀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