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롯데 사장단회의 주재…"국내경제 저성장 지속, 해외사업은 필수"
외형성장과 내실 함께 강조…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두번째 배석
조직문화 혁신·공정한 인사 주문하며 롯데자이언츠 사례 언급 '눈길'
신동빈 "과거 성공 잊어라"…경영키워드는 '언러닝 이노베이션'(종합2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 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 밖에 없다는 강한 메시지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 키워드로 '언러닝 이노베이션'(Unlearning Innovation)을 제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와 미래에 더는 유효하지 않은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꾸라"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매출·이익 같은 외형 성장과 함께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를 강화하고, 항상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신동빈 "과거 성공 잊어라"…경영키워드는 '언러닝 이노베이션'(종합2보)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 블록화, 고금리 및 물가 상승, 기술 발전 가속화 등의 경영 환경을 열거한 뒤 "불확실한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해외 사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성장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울러 그룹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영 방침으로 ▲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로의 전환 ▲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투자 ▲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하고 담대한 리더십"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마지막으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직 문화 혁신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를 주문하며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애초 리그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된 롯데자이언츠는 전반기 한때 8연승을 질주하며 11년 만에 단독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실력 중심으로 입단 1∼2년차의 신인 선수를 중용한 게 전력 상승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과 불경기에 따른 소비 침체로 롯데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군 사업 실적마저 주춤한 상황 속에 열린 이날 VCM에는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신동빈 "과거 성공 잊어라"…경영키워드는 '언러닝 이노베이션'(종합2보)
회의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배석했다.

신 상무는 지난 1월 상반기 VCM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회의에서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돌아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등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육성 현황을 공유하고 사업군별 총괄대표가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되기 위해 메가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오는 9월 유전자 검사와 건강 검진 등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을 선보일 예정이고,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롯데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식품군은 이 자리에서 기존 사업을 고도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유통군은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화학군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함께 전지소재사업, 수소 암모니아 사업 등 신사업 육성 전략을 공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