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새로 입주하는 72만가구가 내년 '총선지형' 바꾼다
선거 전략가들 “가구수 이상으로 입주 아파트 평형구성이 중요
중소형이 많으면 민주당이, 중대형이 많으면 국민의힘이 유리”

민주당이 모두 당선된 인천 서구 갑·을, 내년 총선 땐 장담 못해
입주하는 5만0789가구 중 60㎡ 이하가 25%에 불과
국힘 유리
21대 총선이 치러진 2020년 4월부터 22대 총선이 열리는 내년 4월 사이에 서울 및 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71만9253가구에 이른다. 1089만 가구에 이르는 전체 수도권 가구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들 신규 입주 아파트에 관심을 쏟고 있다. 상당수 수도권 선거구가 수천표 사이에 당락이 결정되는만큼 아파트 신규 입주로 바뀐 지역구의 정치적 지형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평택, 인천 서구 지형 바뀔 듯

13일 아파트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사이에 서울 12만8817가구, 경기 46만2176가구, 인천 12만8260가구가 입주했거나 입주할 예정이다. 다만 입주물량은 기초 지자체별로 편차가 크다. 경기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가 입주하는 화성시는 5만7454가구에 이르는 반면, 고양 일산서구의 입주가구는 552가구에 불과하다. 개별 선거구에 따라 아파트 입주 관련 정치지형 변화 폭의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화성시에 이어 △평택 3만7095가구 △양주 3만1620가구 △파주 2만7061가구 △시흥 2만6642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1만9810가구의 강남구를 필두로 △강동구 1만2915가구 △은평구 1만2503가구 △서초구 1만254가구 등이 입주한다. 인천에서는 청라 신도시가 있는 서구에 5만789가구가 입주하며 △부평구 2만4150가구 △미추홀구 1만7550가구 △연수구 1만3653가구 △중구 9258가구 등을 나타냈다.
수도권 새로 입주하는 72만가구가 내년 '총선지형' 바꾼다
하지만 여야의 선거 전략가들은 단순 가구수 이상으로 입주 아파트의 평형 구성을 중요하게 본다. 여당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중소형이 많으면 민주당, 중대형이 많으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따르면 전용면적 60㎡ 이하 입주가구가 39%에 불과한 강남구는 아파트 입주가 많아도 국민의힘 지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입주는 5344가구지만, 60㎡ 이하 입주 비율이 32%로 낮은 동대문구에서 여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는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국민의힘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던 평택갑 등의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다. 3만7095가구 중 중소형 비중이 44%로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민주당 의원이 모두 당선된 인천 서구 갑·을 역시 내년 총선에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입주하는 5만0789가구 중 60㎡ 이하가 25%에 불과해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자산 효과 vs 세대 효과

2010년 이전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면 보수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평생 소유할 수 있는 자산 중 가장 비싼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치적 성향도 보수적으로 바뀐다는 설명에 따른 것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비쌀수록 해당 단지의 보수 성향은 짙어지는 경우가 많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이 지난해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00만원 높아질 때마다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평균 1.73%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임대철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임대철 기자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평균 0.68%포인트씩 낮아졌다. 민주당이 선전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매가와 득표율의 상관 관계는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일수록 이같은 경향성은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3·4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교수 등은 전통적인 민주당 약세지역인 부산지역에서 2018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아파트 입주 효과를 분석했다. 그결과 아파트 입주가 많은 지역일수록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과거 선거에서도 반복

실제로 자산 효과가 많이 나타난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계열이, 세대 효과가 작용한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뉴타운 개발을 통해 200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가 집중 입주한 성북구 길음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길음 2동은 재개발 본격화로 전체 가구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과 2007년 사이 9%에서 78%로 수직상승했다. 이 지역 지역 유권자들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게 몰아준 표는 65%였다.

보수 후보 투표율은 2002년 대비 26%포인트 오른 것으로 서울 전체 지역 평균 상승폭(20%P)을 크게 상회했다. 이듬해 총선에서도 해당 지역은 50% 이상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며 성북갑에서 20년 만에 보수 인사가 당선되는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8년 뒤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길음뉴타운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52.73%로 47.88%인 성북갑 전체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외에도 16대 총선에서는 미아뉴타운, 은평뉴타운 등 새로 생긴 아파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해당 지역구 전체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단지가 민주당의 표밭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경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