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황제주' 에코프로, 아쉬운 마감…개미들 그래도 샀다
에코프로가 장중 100만원을 넘겼다. 종가 기준 16년 만의 코스닥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종목)' 등극엔 실패했지만, 주가가 과열됐다는 증권가 진단이 무색하게 국내 증시에서 유일하게 주가가 100만원 안팎을 오가는 주식이 됐다. 진격의 에코프로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진작 목표주가 산정에서 손을 뗀 상태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으론 도무지 예상이 어려운 범위까지 주가가 치솟으면서 기업분석 보고서를 작성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10일 에코프로는 전거래일 대비 1만5000원(1.53%) 내린 9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01만5000원으로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종가 110만2800원(2007년 9월 7일)을 기록한 동일철강 이후 16년 만의 첫 코스닥 황제주가 될 뻔 했지만, 주가가 소폭 뒷걸음질치면서 아쉬운 마감을 했다. 이날 에코프로 매도 창구를 보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판 것보다 더 많이 사들여 이날 전체 개인 순매 규모는 1720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는 연초 이후 직전거래일인 지난 7일까지 851% 급등해 이 기간 코스닥 상승률(27.7%)을 대폭 웃돌았다. 올해 2조7731억원으로 출발한 시가총액은 26조951억원(7일 종가 기준)으로 약 23조원 불었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에코프로비엠(27조3844억원)과의 차이는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하면 시총 13위인 카카오(22조1465억원)를 넘어섰다.

최근 에코프로의 강세는 표면적으론 테슬라 호실적에 따른 2차전지 업종 성장 기대감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그 배경엔 '쇼트 스퀴즈'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이 계속 상승하면 공매도 투자자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아야(쇼트커버링) 하는데 이때 주가가 더 치솟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미와 공매도 세력 간 힘겨루기에서 개미가 이겼다는 얘기도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80만주를 넘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 수량은 지난 5일 기준 130만주 수준으로 줄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꾸준히 에코프로를 사모으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위는 에코프로가 차지했다. 지난 6월부턴 1조6188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상위 2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도 에코프로 주식을 쓸어 담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에는 에코프로가 올라있다. 해당 기간 순매수 규모는 4551억원이다.

가파른 주가 상승세에 증권가에선 어느 샌가부터 에코프로에 대한 목표주가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 애당초 증권사 애널리스트 가운데 지주사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많지도 않지만, 이들마저 주가 흐름이 비이성적인 판단에 사실상 손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삼성증권, 하나증권이 각각 목표주가 40만원, 45만원을 제시한 이후로 에코프로를 분석한 보고서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