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양육자들의 심리상태 조명한 연구서
디지털 세상 속 육아…신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
브라질 출신 대학 행정관인 라라와 폴란드 출신의 요리사 파벨은 영국 런던 외곽에 사는 부부로 아들 토마스를 키우고 있다.

아들의 디지털 기기를 둘러싸고 부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라라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권장한다.

코딩이 대세인 미래를 대비하려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와도 친해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파벨은 그 반대다.

될 수 있는 대로 스마트기기 노출을 제한하려고 한다.

그는 아이를 감독하기 위해 코딩까지 배우려는 열혈 아빠다.

"그래야 아이를 풀어주기 전에 그 애가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라라와 파벨은 이처럼 아이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놓고 생각이 다르지만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 속 육아…신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
소니아 리빙스턴 런던정경대(LSE) 교수와 공동연구자인 얼리샤 블럼-로스가 함께 쓴 신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위즈덤하우스)은 디지털 세상이라는 현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양육자들의 두려움과 희망을 탐구한 연구서다.

저자들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일흔세 가정을 대상으로 육아의 실행, 가치관 등을 탐구한 결과와 2017년 2천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양육자들의 심리상태를 조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아날로그 세대로 자란 라라와 파벨과 같은 부모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자녀들을 키우면서 혼란에 휩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리나는 "디지털 기기들의 쓰나미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며 딸의 인터넷 이용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데다 혹시나 자신의 고집 탓에 딸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까 봐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새로운 라틴어 같은 거잖아요.

600년 전에 글을 읽거나 쓸 수 없으면 성 밖의 소작농 신세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세상에선 HTML 사용법을 알아야 하죠."
또 다른 엄마도 종이책 읽기나 자연 활동을 권장하고 싶어 했지만, 정보통신 분야에서 거액을 벌어들이는 주변 지인들을 보며 아이들이 뒤처질까 봐 걱정했다.

디지털 세상 속 육아…신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
저자들은 라라와 파벨, 리나와 같은 부모들의 '디지털 육아' 유형을 수용, 균형, 저항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수용은 자녀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찾아내는 유형을 말한다.

자녀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가정생활을 관리하거나 자녀가 전문기술을 지니도록 권하려는 목적의 부모들이 이에 해당한다.

균형은 디지털 기기 사용을 때때로 장려하거나 혹은 막으면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부모들에 해당한다.

저항은 디지털 기기가 가정에 침투하는 걸 막으려는 부모들의 유형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유형이 런던의 가정뿐 아니라 현대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부모들을 향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자녀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기술회사에 대한 정부의 단속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아이들의 기회는 극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박정은 옮김. 456쪽.
디지털 세상 속 육아…신간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