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으로 박동기 삽입 시술…"이제는 샤우팅도 거뜬, 대사 전달에 집중"
새로 합류한 카이 "철저한 유신론자로서 작품의 논쟁에 매력 느껴"
연극 '라스트 세션' 87세 신구 "마지막일 수도…다 쏟아붓겠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거리를 걸은 적이 있었어. 그런데 어떤 남자가 아버지 모자를 쳐서 길바닥에 떨어뜨렸어. 유대인! 인도로 다니지 마!"
연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가 열린 22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 배우 신구(87)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깜짝 놀랍게 할만한 성량이었다.

신구는 간담회가 끝날 무렵 대사 한 구절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60여년 연기 내공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

다음 달 8일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개막하는 '라스트 세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신론자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유신론자인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신학자인 루이스가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신구는 프로이트 역으로 2020년 초연과 2022년 재연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무대에 선다.

프로이트 역에는 신구와 더불어 초연 때 출연했던 남명렬이 돌아왔다.

루이스 역에는 초연부터 함께해온 이상윤과 카이(본명 정기열)가 새로 합류했다.

신구는 "(매 시즌) 더 좋게, 더 즐길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그런 부분을 채우고 메꿔서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세 번째 시즌에 함께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 신구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대사 전달'이라고 했다.

신구는 "모여서 대본을 계속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오랫동안 토의를 해도 쉽게 답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다.

하물며 한 번 오시는 관객들은 우리가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기고 갈 수 없다"며 "대사를 명확하게, 확실하게 전달해서 관객이 편하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 87세 신구 "마지막일 수도…다 쏟아붓겠다"
신구는 앞서 제작사를 통해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한번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번 공연이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신구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 출연이냐는 질문에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

그래서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며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 다 쏟고 죽자는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상윤과 카이를 바라보며 "젊은이들이 꾀부리지 않고 진지하게 열심히 하니까 너무 고맙고, 오히려 힘을 받았다.

작품이 아주 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신구는 지난 시즌에 급성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며 자리를 잠시 비웠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신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병으로 심장에 박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박동기가 (심장이) 일 분에 몇 번 뛰도록 맥박수를 조절하는 거래요.

심장이 늦게 뛰거나 쉬면 이 녀석(박동기)이 알아서 전류로 자극해 맥박 수를 맞춰준다네요.

그러니 이제는 여러분들하고 (건강 상태가) 같죠. (웃음) 이게 10년은 간대요.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샤우팅 해도(소리 질러도) 지장이 없어요.

"
연극 '라스트 세션' 87세 신구 "마지막일 수도…다 쏟아붓겠다"
신구의 샤우팅만큼 기대되는 포인트는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이의 연극 연기다.

카이가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2016년 '레드' 이후 7년 만이다.

기독교 신자인 카이는 "평생을 철저한 유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크게 느꼈다"며 "단순히 유신론을 주장하기보다는 프로이트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세계를 배우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작품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뮤지컬이 가진 장점이자 약점은 언어의 위력이 음악이라는 큰 힘에 가려지는 부분이다.

7년 전 연극을 했을 때도 '음악을 빼고 무대에 올라왔을 때 나란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베토벤', '프랑켄슈타인' 같은 대형 뮤지컬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비워내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라스트 세션' 87세 신구 "마지막일 수도…다 쏟아붓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