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구현된 그림책 '알사탕'·'달샤베트' 속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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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 백희나 첫 개인전…"책 안 본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전시"
"해보고 싶었던 것, 목표했던 것은 다 이룬 것 같습니다.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는데 '내가 이걸 왜 하지' 라는 의문이 들 때 제 책을 사랑해주신 독자들께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
'알사탕', '구름빵' 등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첫 개인전이 2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림책 작가의 전시는 대개 그림책의 원화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는 '구름빵'(2004)부터 지난해 펴낸 '연이와 버들도령'에 이르기까지 백 작가의 11개 그림책 속 세계를 현실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작가는 목탄과 색연필 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종이와 섬유, 스컬피(sculpey·찰흙처럼 물렁해 형태를 만든 뒤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변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를 이용해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미니어처 가구 등도 직접 제작해 꾸민 세트를 촬영해 그림책의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만들고 그림책 작업을 한 뒤 작가가 보관해온 세트 등 총 140여점의 세트가 설치된 전시장에는 그의 그림책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어제저녁'(2011)에 담지 못했던 참새집과 2층짜리 두더지집, 좌우로 긴 뱀집은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구현됐고 '알사탕'(2017) 속 동동이네 집은 베란다부터 주방까지 모두 볼 수 있다.
현관에 놓인 킥보드, 탁자에 놓인 리모컨, 벽걸이 에어컨까지 작은 소품 하나까지 구현한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전시는 단순히 세트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 요소에도 신경을 썼다.
또 여러 형태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알사탕' 동동이네 집은 옆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나도록 꾸몄고 성인 평균 키 높이 크기로 구현된 '달 샤베트'(2010)의 아파트에는 작은 집 하나하나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집 내부를 CCTV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목욕탕처럼 연출된 '장수탕 선녀님' 공간에는 실제 목욕탕에 들어간 것처럼 뿌연 연기가 자욱하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2014)의 연못은 어른들에 가려 전시 작품을 제대로 보기 힘든 아이들이 방해 없이 볼 수 있도록 바닥에 연출했다.
작가의 첫 작품이자 출간된 지 20년 된 '구름빵'(2004)의 원작 세트들도 나왔다.
입체감이 강해지고 정교해진 나중의 작품보다 평면적이고 단순하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원칙에서 출발했지만 세밀하고 꼼꼼하게 연출된 세트들은 그림책을 읽지 않은 어른들이 봐도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작품이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는 책 속 장면들이 어떻게 연출됐는지 실제 볼 수 있는 기회지만 작가로서 예술작품으로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뿐 아니라 책과 무관하게 아트워크(예술작품)로서 감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책으로 대표되는 출판물과 인쇄물이라는 매체를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작가의 고민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 책이 주된 매체였다면 이제 변하고 있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책에만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이제 책과 인쇄물, 출판물 이외의 매체가 2차 매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스토리(이야기)의 힘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걸 전하는데 어떤 매체·도구를 쓰느냐의 문제죠."
백 작가는 한국 그림책 작가 중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알사탕'은 올해 이탈리아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에서 '올해의 책'과 '올해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됐다.
2020년에는 스웨덴 정부가 주는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달샤베트'로 미국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시를 본 어린이들이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후배 작가들에게도 이번 전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그림책이 세계 제일이라 인정받고 있지만 (현재의) 출판문화 속에서 후배들이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제가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책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매체를 활용하는지 팁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
한편 '구름빵' 저작권 문제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작가는 최근 '검정고무신'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이든, 아이들의 그림이든, 작품에 대한 존중, 창작권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
전시는 10월8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는데 '내가 이걸 왜 하지' 라는 의문이 들 때 제 책을 사랑해주신 독자들께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
'알사탕', '구름빵' 등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첫 개인전이 2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림책 작가의 전시는 대개 그림책의 원화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전시는 '구름빵'(2004)부터 지난해 펴낸 '연이와 버들도령'에 이르기까지 백 작가의 11개 그림책 속 세계를 현실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작가는 목탄과 색연필 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종이와 섬유, 스컬피(sculpey·찰흙처럼 물렁해 형태를 만든 뒤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변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를 이용해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미니어처 가구 등도 직접 제작해 꾸민 세트를 촬영해 그림책의 장면을 연출한다.
이렇게 만들고 그림책 작업을 한 뒤 작가가 보관해온 세트 등 총 140여점의 세트가 설치된 전시장에는 그의 그림책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어제저녁'(2011)에 담지 못했던 참새집과 2층짜리 두더지집, 좌우로 긴 뱀집은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구현됐고 '알사탕'(2017) 속 동동이네 집은 베란다부터 주방까지 모두 볼 수 있다.
현관에 놓인 킥보드, 탁자에 놓인 리모컨, 벽걸이 에어컨까지 작은 소품 하나까지 구현한 정교함에 감탄하게 된다.
전시는 단순히 세트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 요소에도 신경을 썼다.
또 여러 형태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알사탕' 동동이네 집은 옆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나도록 꾸몄고 성인 평균 키 높이 크기로 구현된 '달 샤베트'(2010)의 아파트에는 작은 집 하나하나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집 내부를 CCTV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목욕탕처럼 연출된 '장수탕 선녀님' 공간에는 실제 목욕탕에 들어간 것처럼 뿌연 연기가 자욱하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2014)의 연못은 어른들에 가려 전시 작품을 제대로 보기 힘든 아이들이 방해 없이 볼 수 있도록 바닥에 연출했다.
작가의 첫 작품이자 출간된 지 20년 된 '구름빵'(2004)의 원작 세트들도 나왔다.
입체감이 강해지고 정교해진 나중의 작품보다 평면적이고 단순하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업 방식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원칙에서 출발했지만 세밀하고 꼼꼼하게 연출된 세트들은 그림책을 읽지 않은 어른들이 봐도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작품이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시는 책 속 장면들이 어떻게 연출됐는지 실제 볼 수 있는 기회지만 작가로서 예술작품으로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뿐 아니라 책과 무관하게 아트워크(예술작품)로서 감상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책으로 대표되는 출판물과 인쇄물이라는 매체를 넘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작가의 고민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 책이 주된 매체였다면 이제 변하고 있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집니다.
책에만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이제 책과 인쇄물, 출판물 이외의 매체가 2차 매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스토리(이야기)의 힘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걸 전하는데 어떤 매체·도구를 쓰느냐의 문제죠."
백 작가는 한국 그림책 작가 중 세계적으로도 통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알사탕'은 올해 이탈리아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상에서 '올해의 책'과 '올해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됐다.
2020년에는 스웨덴 정부가 주는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달샤베트'로 미국 보스턴글로브 혼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시를 본 어린이들이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후배 작가들에게도 이번 전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그림책이 세계 제일이라 인정받고 있지만 (현재의) 출판문화 속에서 후배들이 생존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제가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책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매체를 활용하는지 팁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
한편 '구름빵' 저작권 문제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작가는 최근 '검정고무신'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기본적으로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이든, 아이들의 그림이든, 작품에 대한 존중, 창작권에 대한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기본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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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10월8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