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두영 교수팀, '단일분자집게' 개발해 막단백질 전이 순간 포착
UNIST "'막단백질' 구조 형성 속도 최초로 측정"
세포 간 신호 전달, 면역 반응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단백질인 '막단백질'의 구조 형성(접힘) 속도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최초로 측정했다.

20일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민두영 교수팀은 막단백질이 구조를 형성하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인 '제한속도'를 처음으로 측정했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이나 세포 소기관 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시판되는 약물의 60% 정도가 막단백질을 표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막단백질 구조와 구조 형성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의약학적으로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일반적인 수용성 단백질은 최대 1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정도의 제한 속도를 갖는다고 알려졌지만, 막단백질 접힘에 대한 제한속도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특히 제한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막단백질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전이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막단백질 전이 현상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고, 수십 피코뉴턴(pN·1조분의 1뉴턴)의 작은 힘에서도 측정 시스템이 쉽게 망가져 변화를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막단백질이 접히고 풀리는 구조 변화를 긴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는 튼튼한 단일분자집게를 개발했다.

이어 이 단일분자집게로 12pN의 힘에서 9시간 동안 막단백질의 전이 현상을 관찰, 최대 1천번이 넘는 전이 발생의 순간을 포착해 다량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막단백질 구성의 최소 단위인 나선헤어핀의 제한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제한속도는 약 20밀리초(㎳·1천분의 1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막단백질 접힘의 제한속도가 수용성 단백질에 비해 최대 2만 배 느린 속도이며, 이렇게 느린 속도는 단백질 응집 현상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 지질막의 점성이 나선형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두영 교수는 "보통 화학 변화나 구조 변화의 전이 순간과 관련한 제한속도는 측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막단백질 접힘 제한속도를 최초로 규명했다"며 "막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에 중요한 기초 지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 5월 30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UNIST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