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와 브루스 리우가 들려준 즐겁고 신선한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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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빈 심포니 지휘…치밀한 작품 분석과 확신있는 연주
이제는 '지휘자'라는 호칭이 익숙한 장한나가 2년 연속으로 오스트리아의 명문 악단 빈 심포니를 이끌고 베토벤의 음악을 신선하게 들려줬다.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빈 심포니 내한 공연이 열렸다.
장한나는 지휘봉을 들고 당찬 걸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장한나는 지난해 6월에도 대체 지휘자로 빈 심포니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 공연 1부는 지난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의 무대였다.
그가 장한나와 호흡을 맞춰서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아주 독특했다.
강렬한 타격, 역동성, 장단조의 극명한 명암 대비 대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 라인이 더 부각되는 연주였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운명' 교향곡과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는 데다 어두운 색채와 베토벤다운 역동성이 두드러져 강렬하고 외향적인 해석이 많다.
하지만 브루스 리우는 이 작품의 여리고 섬세한 영역을 더욱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장대한 1악장도 앞으로 마구 내달리는 외향적인 알레그로('빠르게'를 뜻하는 악곡의 속도 지시어)가 아닌 온화하고 생생하되 독특한 루바토(임의의 템포)로 변화를 줘 연주했다.
장한나와 브루스 리우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꽤 변화가 많은 연주에도 장한나가 이끄는 빈 심포니는 서두르지 않고 곡의 고전적인 구조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의외의 역동성도 선사했다.
빈 심포니는 '베토벤 악단'답게 음향과 다이내믹, 전달력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장한나 또한 긴장감 있게 악단을 통솔했다.
그 결과 관객들은 베토벤 하면 쉽게 떠오르는 강렬함 없이도 작품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브루스 리우는 청중을 압도하려는 제스처 없이 예민한 색채의 변화로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독주 카덴차와 사색적인 2악장이 빛을 발했다.
소리 하나하나를 '둥글게' 빚어내면서도 개성 있는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을 유기적인 의미 내용을 갖는 자연스러운 악구로 구분)과 셈여림 구성으로 식상하지 않은 베토벤, 젊고 싱싱한 베토벤을 들려줬다.
3악장에서도 브루스 리우와 장한나는 '베토벤은 응당 이래야 한다'는 식의 엄숙함이나 무게감을 벗어버렸고 생기발랄한 연주를 들려줬다.
첫 주제는 거의 상냥한 음조로 시작됐고, 이후의 프레이징에도 예민함과 유쾌함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강한 타건 보다는 유연하고도 변화무쌍한 흐름과 연결이 이번에도 듣는 재미를 줬다.
브루스 리우와 장한나, 빈 심포니가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젊음과 싱싱함을 부각하고, 어두움과 강렬함을 절제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교향곡 2번과 비슷한 음조를 유지했다.
2부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으로 채워졌다.
클래식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곡은 익숙한 만큼 부담이 따르는 난곡이다.
특히 작품이 전달하는 주제인 창조의 의지와 실패, 성찰과 극복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음향적 완성도 이상의 응집력과 표현력을 요구한다.
장한나는 확신 있는 연주로 작년부터 이어진 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전곡에 걸쳐 템포는 다소 빠르게 설정하면서도 악상을 매만지는 세밀한 표현력은 생생하게 유지했다.
창조의 동기, 창작의 고통과 애절한 기도를 나타내는 오보에의 단조 주제 등 '뜻있는' 악상들을 선명하게 전달했다.
빈 심포니는 시종일관 입체적이고 선명한 소리를 들려줬다.
빈 심포니 본연의 연주력뿐 아니라 지휘자에 대한 헌신과 신뢰, 몰입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주는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도약을 실감하게 했다.
장한나가 치밀하게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한 뒤 연주에 임했음을 알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도 이어졌다.
1악장 발전부에 나타나는 강렬한 불협화음 부분에서는 끓어오르는 파토스(감정의 격앙·격정)가 덧입혀져 창조 과정의 지난함을 느낄 수 있었고, 코다 부분의 점진적인 전진도 탁월하게 그려졌다.
2악장 장송 행진곡 말미에 등장하는 '진자 운동' 부분에서는 강세 없이 떠도는 음형을 그야말로 공허하게 표현해 '시간의 무상성'을 귀로 들리게 체화했다.
3악장 호른 솔로는 장쾌하게 영웅의 귀환을 부각했다.
축제의 장인 4악장에서는 마지막 부분 직전의 느린 대목에 무게를 두고, 격렬한 파토스를 부여해 강조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축제(4악장) 한복판에서 2악장의 장송행진곡을 연상할 수 있었다.
영웅의 영웅다움은 그 희생에서 나온다는 작품의 뜻이 탁월하게 전달됐다.
장한나는 음악을 즐긴다.
악기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유희 속에 의미를 실어낼 줄 안다.
음악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긍정의 기운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슈트라우스 형제의 '피치카토 폴카'를 선사한 앙코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고전적인 양식미와 오늘의 신선함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이 연주는 국내의 악단들과 지휘자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빈 심포니 내한 공연이 열렸다.
장한나는 지휘봉을 들고 당찬 걸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장한나는 지난해 6월에도 대체 지휘자로 빈 심포니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 공연 1부는 지난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의 무대였다.
그가 장한나와 호흡을 맞춰서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아주 독특했다.
강렬한 타격, 역동성, 장단조의 극명한 명암 대비 대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 라인이 더 부각되는 연주였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운명' 교향곡과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는 데다 어두운 색채와 베토벤다운 역동성이 두드러져 강렬하고 외향적인 해석이 많다.
하지만 브루스 리우는 이 작품의 여리고 섬세한 영역을 더욱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장대한 1악장도 앞으로 마구 내달리는 외향적인 알레그로('빠르게'를 뜻하는 악곡의 속도 지시어)가 아닌 온화하고 생생하되 독특한 루바토(임의의 템포)로 변화를 줘 연주했다.
장한나와 브루스 리우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꽤 변화가 많은 연주에도 장한나가 이끄는 빈 심포니는 서두르지 않고 곡의 고전적인 구조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의외의 역동성도 선사했다.
빈 심포니는 '베토벤 악단'답게 음향과 다이내믹, 전달력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장한나 또한 긴장감 있게 악단을 통솔했다.
그 결과 관객들은 베토벤 하면 쉽게 떠오르는 강렬함 없이도 작품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브루스 리우는 청중을 압도하려는 제스처 없이 예민한 색채의 변화로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독주 카덴차와 사색적인 2악장이 빛을 발했다.
소리 하나하나를 '둥글게' 빚어내면서도 개성 있는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을 유기적인 의미 내용을 갖는 자연스러운 악구로 구분)과 셈여림 구성으로 식상하지 않은 베토벤, 젊고 싱싱한 베토벤을 들려줬다.
3악장에서도 브루스 리우와 장한나는 '베토벤은 응당 이래야 한다'는 식의 엄숙함이나 무게감을 벗어버렸고 생기발랄한 연주를 들려줬다.
첫 주제는 거의 상냥한 음조로 시작됐고, 이후의 프레이징에도 예민함과 유쾌함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강한 타건 보다는 유연하고도 변화무쌍한 흐름과 연결이 이번에도 듣는 재미를 줬다.
브루스 리우와 장한나, 빈 심포니가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젊음과 싱싱함을 부각하고, 어두움과 강렬함을 절제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교향곡 2번과 비슷한 음조를 유지했다.
2부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으로 채워졌다.
클래식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곡은 익숙한 만큼 부담이 따르는 난곡이다.
특히 작품이 전달하는 주제인 창조의 의지와 실패, 성찰과 극복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것은 단순한 음향적 완성도 이상의 응집력과 표현력을 요구한다.
장한나는 확신 있는 연주로 작년부터 이어진 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는 전곡에 걸쳐 템포는 다소 빠르게 설정하면서도 악상을 매만지는 세밀한 표현력은 생생하게 유지했다.
창조의 동기, 창작의 고통과 애절한 기도를 나타내는 오보에의 단조 주제 등 '뜻있는' 악상들을 선명하게 전달했다.
빈 심포니는 시종일관 입체적이고 선명한 소리를 들려줬다.
빈 심포니 본연의 연주력뿐 아니라 지휘자에 대한 헌신과 신뢰, 몰입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주는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도약을 실감하게 했다.
장한나가 치밀하게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한 뒤 연주에 임했음을 알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도 이어졌다.
1악장 발전부에 나타나는 강렬한 불협화음 부분에서는 끓어오르는 파토스(감정의 격앙·격정)가 덧입혀져 창조 과정의 지난함을 느낄 수 있었고, 코다 부분의 점진적인 전진도 탁월하게 그려졌다.
2악장 장송 행진곡 말미에 등장하는 '진자 운동' 부분에서는 강세 없이 떠도는 음형을 그야말로 공허하게 표현해 '시간의 무상성'을 귀로 들리게 체화했다.
3악장 호른 솔로는 장쾌하게 영웅의 귀환을 부각했다.
축제의 장인 4악장에서는 마지막 부분 직전의 느린 대목에 무게를 두고, 격렬한 파토스를 부여해 강조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축제(4악장) 한복판에서 2악장의 장송행진곡을 연상할 수 있었다.
영웅의 영웅다움은 그 희생에서 나온다는 작품의 뜻이 탁월하게 전달됐다.
장한나는 음악을 즐긴다.
악기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유희 속에 의미를 실어낼 줄 안다.
음악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긍정의 기운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슈트라우스 형제의 '피치카토 폴카'를 선사한 앙코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고전적인 양식미와 오늘의 신선함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이 연주는 국내의 악단들과 지휘자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