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애플 등의 상승세에 힘입어 미국 나스닥지수가 13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서학 개미’(미국 주식시장에 직접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지수 하락분의 3배를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연일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4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주(6월 7~13일) 동안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SQQQ)’ ETF를 3039만달러(약 3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화증권 순매수 규모 1위였다. SQQQ는 나스닥 1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해 지수가 떨어지면 3배의 수익이 나고 반대로 지수가 오르면 3배의 손실을 본다.

순매수 규모 2위를 차지한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3X(SOXS)’도 역방향 ETF다. 개인들은 SOXS를 2465만달러(약 31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OXS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한다.

서학 개미들이 ‘야수의 심장’으로 초고위험 상품을 사들였지만 아직까지 성적표는 우울하다. 지난 1주일 새 뉴욕증시가 강세를 띠면서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달 7일부터 SQQQ를 1주일간 보유했다면 11.58%, SOXS는 무려 16.59%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 개미들은 하반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이 같은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가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국 주식시장은 몇몇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하락 위험이 크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관련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 랠리가 계속될 수 있다며 초고위험 상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투자 시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을 정도로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며 “단기에 소액만 헤지(위험 회피) 용도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