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 권위' 부커상은…작가·번역가 노고 동등하게 인정
23일(현지시간) 천명관의 '고래'가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된 '부커 인터내셔널 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권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영국의 부커상은 보통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부커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그룹이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제정했다.

2002년부터 맨 그룹(Man group)이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20년부터 다시 부커상으로 돌아왔다.

부커상은 영연방 출신 작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5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했다.

이후 격년제로 비(非) 영연방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상을 주다가, 2016년부터 매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의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천200만원)로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그만큼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의 작업과 노고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2016년 개편 첫해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탈 때도 영국인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가 공동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상의 후보에 오르려면 비영어권 지역의 작품이라도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판돼야 한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하는 노벨문학상과 달리 부커상은 작가보다 개별 작품을 평가해 상을 준다.

영어권 출판업자들의 추천을 받은 소설을 대상으로 평론가와 소설가, 학자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부커상의 역대 수상작으로는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원작인 토머스 커닐리의 '쉰들러의 방주'를 비롯해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등이 있다.

'영국 최고 권위' 부커상은…작가·번역가 노고 동등하게 인정
영화로 만들어져 더 유명해진 마이클 온다치의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2018년 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해 역대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주는 황금 부커상을 받기도 했다.

부커상과 노벨문학상을 함께 수상한 작가들로는 캐나다 출신 작가 앨리스 먼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존 맥스웰 쿠체와 나딘 고디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등이 있다.

모두 영어권 작가들이다.

부커상 수상작은 부커상이나 부커 인터내셔널상이나 모두 수상 발표 직후 거의 예외 없이 영미권 판매량이 크게 뛴다.

지난해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은 수상 전 영국 누적판매량이 473권에 불과했지만, 수상 후 9개월간 판매량이 2만5천권으로 크게 늘고, 12개 언어 판권이 팔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