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재가 부족하다는 언론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런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을 목표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수립했다. 그러나 서둘러 수립한 거대 담론에 가까워 산업 현장의 인재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성공할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다. 이런 인재는 이론과 정형화된 실습 교육만으로 양성되지 않는다. 이론을 실제 산업·사회 현장의 문제해결에 적용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신입직원을 채용해서 교육하기보다는 다양한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경력자 채용을 선호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인력을 채용하고 중소기업도 경쟁사의 경력자를 채용하면서 제 살 깍아먹기 인재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와 학원에서 공급한 인력을 기업이 채용해서 선배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훈련 기회를 제공해 양성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시대로 인해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 기업이 자체적으로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정부의 디지털 인재양성 정책이 ‘질’보다 ‘량’을 중심으로 수립·운영되는 측면이 있어 교육기관에서도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직종별 훈련비 중 정보기술 분야는 1인당 교육단가가 타 분야에 비해 조금 높은 편이지만 시간당 6000원~8000원 수준이다. 4차산업혁명 인재양성 사업의 경우 NCS기준 훈련비 단가의 4배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준의 지원단가로는 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응용훈련 중심의 디지털 기술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거창하게 시작한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정책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기술 공급인재는 에서 중심으로 추진 필요

진퇴양난의 디지털 인재양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장에서 원하는 디지털 인재는 디지털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인재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기술 산업의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총생산액의 1~2%를 약 10만불로 나눈 수 정도의 디지털 기술 공급 인재를 필요로 한다. 반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의 수요는 훨씬 많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액 약 2000조를 고려할 경우 디지털 기술 공급 인재는 약 20~40만명 정도 필요하다. 현재 SW개발자가 32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기술 공급인재의 ‘량’은 적정하다.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다수의 인력이 지원하지만 지원인력의 역량이 부족해서 채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 공급 인재양성 정책을 ‘량’보다는 ‘질’ 중심으로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 수요에 대응해 디지털 기술 활용인재의 을 확대해야!

국민총생산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서비스 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공급 인력들은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디지털 전환 수요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산업 현장 경험이 많은 비 ICT분야 근로자(약 2000만명)가 오랜 학습을 필요로 하는 코딩을 배워서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기술이 성숙되면서 코딩을 배우지 않고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오픈AI사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의 인기로 인해 일반인들도 AI기술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쉽게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 현장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노코딩 기반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갖추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비ICT분야의 인력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 교육의 ‘량’을 늘리는 인력양성 정책이 필요하다.

비ICT분야 재직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역량이 없이는 거대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 정부의 디지털 인재양성 목표인 100만명을 효과적으로 달성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공급인재와 활용인재의 ‘량’과 ‘질’을 균형있게 고려하여 인재양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언제나 혁신의 주체와 대상은 인간이다. 정부의 디지털 인재양성 정책이 이번에는 효과를 발휘하여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글로벌디지털인재양성팀 하세정 수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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