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시즌에 골프 그만둘 생각도…LPGA 진출 계획 없다면 거짓말"
성유진(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5년 차에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성유진은 21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6천350야드)에서 끝난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에서 우승, 통산 2승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6월 73번째 출전이었던 롯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는데, 두 번째 우승은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따낸 것이다.

지난달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준우승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성유진은 한국에 돌아온 뒤 KLPGA 챔피언십 8위, NH투자증권 챔피언십 9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컷 탈락도 없었다.

특히 이날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박현경(23)을 꺾은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성유진은 데뷔 시즌인 2019년에는 동기 박현경을 비롯해 조아연(23), 임희정(23)에게 밀려 빛을 많이 보지 못했다.

박현경, 조아연, 임희정은 당시 루키 돌풍을 일으켰고 KLPGA 투어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임희정은 데뷔 시즌에 KLPGA 투어 3승을 거뒀고 조아연은 2승을 따내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신인상 부문 3위였던 박현경은 2년 차에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듬해에는 KLPGA 챔피언십 2년 연속 우승으로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메이저 2승 고지에 올랐다.

그 사이 성유진은 묵묵히 제 기량을 갈고닦았다.

24개 대회에 출전한 2019시즌에는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한 채 컷 통과를 12번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2020시즌 3차례 톱10을 기록한 성유진은 2021시즌에는 진입 횟수를 6차례로 늘렸다.

그리고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뒤 이날 통산 2승째를 낚은 것이다.

앞서가는 동기들의 활약에 조급해하기보다는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한 덕분이다.

성유진은 우승 이후 SBS 골프 채널과 인터뷰에서 "제가 항상 한 발 뒤처져있던 것은 맞다"며 "그래서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성유진은 현장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저는 그 친구들보다 한 번도 잘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비교하지는 않았다"면서 "굳이 클래스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다.

제 스타일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더니 이렇게 좋은 날도 오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부진했던 첫 시즌을 꼽았다.

그는 "멋진 꿈을 안고 올라왔지만 현실은 참혹했고 다시 시드전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골프를 그만두려고도 했다"며 "다행히 시드를 유지하게 되면서 골프에 대한 열정을 살릴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뚜벅뚜벅 걸어온 성유진은 이제 더 큰 무대를 바라본다.

성유진은 LPGA 투어 진출 계획을 두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일단 한국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후 정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