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 미만 기사들, 처우 좋은 타 지역·업종으로 줄줄이 이탈
시, 처우개선비 월 15만원씩 지급으로 기사부족 사태 해소 안간힘

"신입 기사를 채용해 교육시켜 놓으면 얼마 안있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요.

"
경기 안산시 한 버스 업체 관계자의 기사 부족에 대한 하소연이다.

안산 관내 버스업체들마다 이같은 버스 기사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입사한 지 3호봉(정규직) 이상 베테랑 기사보다는 1호봉(비정규직) 신입 기사들이 임금이 많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거나 전세버스, 택배회사, 라이더 등으로 이탈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현장in] "채용하면 얼마 뒤 퇴사"…인력난 호소 안산 버스업체들
안산시의 A버스업체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에 "코로나19 이후로 버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버스 기사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의 버스 기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968명이었지만 해마다 그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현재에는 701명에 그쳤다.

4년 전에 비해 27.5%(267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버스 기사 감소는 주로 입사한 지 1년이 안 된 신입 기사들이다.

1호봉인 이들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견습을 마치면 3호봉이 되면서 버스를 몰 수 있는데 통상 1호봉 기사를 비정규직, 3호봉부터를 정규직이라 부른다.

1호봉 기사들은 견습 기간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월급이 많은 다른 지역으로 이직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안산 관내 버스 업체 3호봉 기사의 한 달 평균 급여는 380만~400만원 선이고, 1호봉 기사는 100만원 이상 적은 280만원 선이다.

280만원 선의 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퇴직금 공제 등 비용을 빼면 실수령액이 200만원대 초반이다 보니 준공영제를 시행해 버스 기사 간 임금수준이 비슷하고 일자리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과 인천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또 최근 코로나 엔데믹으로 늘어난 수학여행과 단체관광 수요로 인해 기사 수요가 많아진 전세버스로 이동하거나 배달업체나 택배회사로 이직하는 버스 기사들도 버스 기사 부족 사태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장in] "채용하면 얼마 뒤 퇴사"…인력난 호소 안산 버스업체들
앞서 경기도도 코로나19 전보다 경기지역 버스업체의 운전기사 수가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마을버스를 제외한 경기지역 버스업체의 운전기사 수는 코로나19 전에는 2만3천여명 수준이었으나, 2022년 7월 현재 2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안산지역 버스업체에서는 좋은 처우를 좇아 빠져나가는 기사들을 막을 수도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더구나 대형 면허만 있고 운전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 기사들을 채용한 뒤 한 달여간 전문적인 버스 교육을 하고 있는데 입사 후 이런 교육을 받고 이직하는 기사들을 보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한다.

A업체 관계자는 "부족한 기사를 보충하기 위해 매주 7~8명가량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숫자의 기사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는 서울 못지않게 많은 임금을 주고 있는데, 서울이 임금이 많다더라는 이야기만 듣고 성급하게 퇴사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안산의 다른 두 업체도 마찬가지다.

현재 안산의 3개 버스업체의 총가동 버스는 2019년 537대에서 올해 현재 391대로 줄었고, 버스 기사도 1천166명에서 805명으로 감소했다.

안산시가 관내 시내버스 비정규직 운전 기사에게 월 15만원씩 처우개선비를 지급하기로 한 것은 이런 버스 기사 이탈 문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시는 지난달 말 관내 3개 업체 비정규직 기사 350명에게 처우 개선비를 지급했다.

시가 버스업체에 보조금을 주면 업체가 해당 기사에게 입금하는 형태로 지급됐다.

정규직 기사와의 임금 격차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면 버스 기사의 관외 이탈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월 15만원은 버스업체 임금 인상분(약 5%) 정도 수준이다.

시는 올 연말까지 최대 450명의 운전기사에게 처우 개선비를 지급하기 위해 관련 예산 5억6천만원을 확보했다.

[현장in] "채용하면 얼마 뒤 퇴사"…인력난 호소 안산 버스업체들
버스업계와 버스 기사들은 이런 처우 개선비 지급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사 간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버스 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준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를 운전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한 버스 기사는 "운수종사자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급여 현실화를 위해서는 준공영제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면서 "준공영제가 기사 부족 사태도 막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가 올 하반기 경기도형 준공영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도는 상반기 중 시·군과 업체를 대상으로 공공관리제 참여의향서를 접수한 뒤 8월까지 관련 조례 등 제도 정비 완료와 도-시군 간 재정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안산시도 도에 공공관리제 도입을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