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이처럼 아찔한 가정이 또 있을까.
올해 12월이면 만으로 불혹에 접어드는 최형우에게 여전히 크게 기대는 KIA의 사정이 딱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최형우의 팀 내 위상이 독보적이라는 얘기라 과연 존재감이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호랑이 타선을 지탱하는 중심축인 최형우의 방망이가 무척 날카롭게 돈다.
최형우는 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서간 3회말 2사 만루에 해결사로 등장했다.
주자 두 명을 홈에 불러들이는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 안타는 곧바로 4-0으로 달아나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우전 적시타의 징검다리이기도 했다.

3일 현재 타율 0.333을 친 최형우는 팀에서 가장 많은 타점(16개)과 홈런(3개)을 기록하고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지켜간다.
지난달 21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9회말 극적인 끝내기 3점 홈런을 쳐 팀을 최하위에서 건져 올렸다.
최형우는 몇 년 전부터 "이제는 후배들이 팀을 이끌어갈 때"라며 한발 물러선 듯했지만, 공격 공헌도만큼은 으뜸을 내주지 않을 기세다.
2021년 붙박이 주전이 된 이래 가장 낮은 타율 0.233에 홈런 12개, 타점 55개에 그쳐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량이 쇠퇴하는 노화 곡선)를 자초한 최형우는 지난해 타율 0.264, 홈런 14개, 타점 71개로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다.
이어 올해에는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다시금 KIA의 해결사로 돌아왔다.

지난해 선수 인생의 마지막 시즌에서도 타율 0.331에 홈런 23개, 타점 101개를 남기고 나이 마흔에 은퇴한 이대호(전 롯데)와 역시 41세에 타율 0.300을 때리고 2020년 은퇴한 박용택 KBS 해설위원의 사례를 보듯, 타자에게 나이는 이제 걸림돌이 아니다.

박 위원은 "최형우의 타격 메커니즘이 훌륭하고, 이를 확실하게 정립한 타자"라며 "일정 궤도에 오른 최정상급 타자들은 나이에 상관 없이 자신만의 타격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만 39세에 양준혁을 넘어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자신의 경험에 비춰 "나보다 네 살 젊은 최형우는 현역으로 계속 뛴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남길 것"이라고 덕담했다.

다만, 지명 타자로서 확실한 대항마나 후계자가 없는 KIA의 형편을 보면, 최형우가 현역으로 계속 뛸 명분은 차고 넘친다는 게 야구계의 주된 평가다.
2016년 말 자유계약선수(FA)로 KIA와 4년간 100억원에 계약한 최형우는 2020년 KIA와 3년간 47억원에 계약을 연장했다.
이 계약은 올 시즌 후 끝난다.
2017년 이래 3일까지 누적 성적을 살피면, 최형우는 전체 타자 중 타격 6위(타율 0.311), 홈런 7위(125개), 타점 4위(566개), 2루타 3위(186개), 장타율 4위(0.508)를 달리며 톱클래스급 타격 솜씨를 자랑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