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간담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한·미 경제협력 확대, 공급망 확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간담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한·미 경제협력 확대, 공급망 확보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현지에서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한 양국 간 첨단산업 협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재계에선 최 회장의 ‘그린 경영’이 한·미 경제협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 방미 기간 SK㈜, SK이노베이션, SK E&S, SK머티리얼즈 등 계열사들은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미국 회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잇따라 체결했다. 최 회장은 소형모듈원전(SMR), 블루수소 등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SK는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양국 기업이 기술 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경제안보 파트너십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 SK㈜와 SK이노베이션,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SMR 회사인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맺은 것을 언급한 것이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SMR 회사로, 벅셔해서웨이의 전력 자회사인 퍼시피콥과 2033년까지 SMR 5기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최 회장과 게이츠 간 SMR 사업 협력 의지가 MOU 체결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윤 대통령에게 크리스 레베스크 테라파워 회장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기술이 곧 안보인 시대에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성이 중요하다”며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공장 건설 투자도 언급했다. SK실트론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는 전력 소비가 적어 친환경 소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SK실트론의 투자 사례를 들며 “모범 협력 사례”라고 언급해 미국 의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런 노력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SK와 삼성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나는 윈윈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나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회장의 그린 경영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도 했다. 글로벌 수소에너지 선도기업 플러그파워와 SK E&S 간 합작법인은 국내 수소산업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도 SK지오센트릭과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긴밀하게 협업해온 것이 결실을 봐 국내 투자 유치 및 한·미 경제외교까지 기여했다”며 “최태원 회장이 경영 화두로 제시한 ‘글로벌 스토리’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