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쌀'…머리카락보다 작은 부품 자동차 1대에 2만개
세라믹·금속 번갈아 500∼600층 쌓는 첨단기술…극한 환경 작동
[르포] 전기차 시대 전장용 MLCC 생산거점 삼성전기 부산공장
"유전체 성질을 가지기 위해선 마치 도자기를 만드는 것과 같이 1천도 이상의 고온에서 잘 구워야 합니다.

"
20일 오후 3시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제조동.
쌀 한 톨보다 작은 크기의 쇠구슬 같은 MLCC가 자동화 생산라인을 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MLCC 생산공정은 원재료에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넣어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뒤 이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어 필요한 크기로 잘라 도자기를 굽듯이 열처리하는 소성 공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생산된다.

[르포] 전기차 시대 전장용 MLCC 생산거점 삼성전기 부산공장
모든 공정에는 자동화 장비가 투입됐고 대부분 국산 장비가 사용됐다.

MLCC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초소형 부품이다.

전류가 들쭉날쭉 들어오더라도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회로가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MLCC의 역할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에 MLCC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MLCC는 전자 부품 중 크기가 가장 작아 300㎖짜리 포도주잔에 채우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르포] 전기차 시대 전장용 MLCC 생산거점 삼성전기 부산공장
크기가 머리카락 두께(0.3㎜)보다 얇아 맨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0.2mm부터 5.7㎜까지 다양하게 생산된다.

MLCC는 세라믹과 금속(니켈)을 번갈아 쌓아 만드는 데 보통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겹쳐 있는 구조다.

MLCC에 층이 많을수록 전기를 저장하는 용량이 늘어난다.

삼성전기는 최고 1천200층까지 쌓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는 크기는 작으면서 저장하는 전기의 용량을 크게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분말 형태의 소재를 활용하는 기술과 간섭 없이 균일하게 층을 쌓을 수 있는 제조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르포] 전기차 시대 전장용 MLCC 생산거점 삼성전기 부산공장
MLCC는 정보기술(IT)용과 산업·전장용으로 구분된다.

지금까지는 IT용 제품의 비중이 높았지만, 전기자동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전장용 제품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전장용 MLCC는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고온(150도 이상)과 저온(영하 55도), 외부 충격, 높은 습도(85%)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장용 MLCC는 IT 제품 대비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가격도 3∼10배 비싸다.

최신 스마트폰에는 MLCC 1천여 개가 사용되고, 전기차에는 무려 1만8천∼2만개가 들어간다.

[르포] 전기차 시대 전장용 MLCC 생산거점 삼성전기 부산공장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전기는 2018년 부산공장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전장용 MLCC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MLCC 시장의 60%를 점유율을 차지한 상황에서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을 MLCC 개발과 생산 거점으로 삼고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선철 컴포턴트제조팀장(상무)는 "전자산업의 핵심 소재인 MLCC는 자동차와 서버 등에 필요한 고성능 MLCC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원자재 내재화 연구 등에 집중하는 등 부산 국내 첨단 MLCC 특화 거점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