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D 어디까지 왔나] K-DID(디지털 신원증명) 글로벌 확산에 거는 기대
코로나19로 원격·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근무 형태와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메타버스, 디지털 플랫폼 등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민간기업 뿐 아니라 정부부처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가장 첫 단계는 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증명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었지만, 공인인증 제도가 폐지된 뒤에는 생체인증, 패턴, 안면인식 등을 기반으로 하는 사설 인증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최근에는 블록 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신원증명(이하 DID)이 각광받는다. 개인 정보가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해당 정보의 진위 여부만 블록체인상에 기록되기 때문에 해킹이나 정보 유출 등의 위험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이다.

개인 스스로 내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DID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1,020억 달러(한화 약 132조)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1년 글로벌 DID 시장 규모 3억 7,966만 달러(한화 약 5,419억) 대비 270배가 넘는 수치다.

이에 우리 정부도 DID 기술을 적용한 각종 인증 체계를 서비스 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상태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모바일 공무원증을, 2022년에는 디지털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로 국가 DID 인증 체계 도입에 성공했다. 병무청도 블록체인 DID 플랫폼 'e-병무지갑'을 통해 병역의무자들의 편의를 높였다. 개념으로만 알던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일상에 실제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필자는 정부가 앞으로 DID를 적용한 디지털 플랫폼을 지속 확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 각종 자격증, 등기서류, 의료보험증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인증 서비스가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디지털플랫폼 오픈 소스 개발 등 K-DID의 글로벌 표준을 위해 힘쓰고 있다. 또 K-DID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해외 국가들에도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처에서 독자적인 DID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다소 아쉽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인증 시장에서 가장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플랫폼이 일원화 되지 않고, 각 정부부처의 독자적 플랫폼 고집으로 대한민국 정부조차 표준화가 되지 못한다면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시장 선점도 공염불로 끝나기 때문이다.

부처마다 별도의 플랫폼이 난립하게 되면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일관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립에 모든 부처가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우리의 K-DID가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K-DID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장항배 교수는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와 블록체인서비스연구센터(대학IT연구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기술포럼 정책분과위원장,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