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순간의 신선함이 음악으로…전예은 '튜닝 서곡' 세계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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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란트 지휘로 국립심포니 연주…국립 악단 정체성 보여준 무대
다비트 라일란트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국내 신진 작곡가 발굴, 차세대 지휘자 육성 등 국립 악단이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이는 국립심포니만의 음향을 완성하는 것과 더불어 라일란트 음악 감독이 내세우는 중요한 방향성이기도 하다.
상주 작곡가 전예은의 '튜닝 서곡' 세계 초연도 그 일환이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브람스 교향곡 4번' 공연에서 첫 곡으로 선보인 전예은의 '튜닝 서곡'은 악단의 공연 전 조율 장면을 소재로 한 독특한 곡이다.
오보에의 A음이 울려 퍼지고 여러 악기가 제각각 그 음을 모방하듯 조율하다 각 악기의 특징적인 음색, 그날 연주하게 될 작품의 일부 등으로 분산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오케스트라의 튜닝 과정은 본래 음향적으로도 매우 신선한 순간이다.
A음이라는 완전한 일치에서 혼란으로, 혼란에서 다시 조율된 소리의 화음으로, 그리고 갑작스러운 침묵과 긴장이 뒤따르는 변화무쌍함을 지닌다.
어느 공연에서나 조율은 A음으로 시작되지만, 손과 입을 풀기 위해 부분부분 연주되는 악곡의 파편들은 모두 다르며 무작위로 조합된다.
전예은의 '튜닝 서곡'에서 작곡가가 상상한 공연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이 곡의 파편들을 끌어모아 진행되며 작품 말미엔 춤곡의 악상도 잠시 펼쳐진다.
작곡가의 악상을 의도대로 연주해야 하는 초연 무대의 특성상 악단은 연주에 즉흥성을 완전히 살리진 못했으나, 작곡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다.
즉 소음도 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경청이라는 사실이다.
현대 음악과 신곡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우리만의 소리 자산을 가꿀 수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좀처럼 국내 무대에선 연주되지 않는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도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말러의 중기의 시작을 알리는 명작으로 불린다.
먼저 선보였던 그로테스크하고 사회 고발적인 '소년의 마술 뿔나팔' 민요집과 달리 이 곡에서는 보다 서정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다만 노래를 맡은 바리톤 양준모는 오페라 공연에 어울릴법한 직설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가창을 선보이며 작품 안에 흐르는 고백적인 정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
특히 첫 곡 '보리수 향내를 맡네'에서는 성악이 관현악의 솔로 악기들과 선율 대 선율로 어우러지며 은은한 정서를 드러내는 부분을 잘 살리지 못했다.
말러의 자기 고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네 번째 곡 '나는 세상에서 잊혔네'에서는 노래가 작품 안에 충분히 침잠하지 못해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호흡이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2부에서 연주된 브람스 교향곡 4번은 여러 면에서 특이하게 다가왔다.
라일란트는 곡의 초반에는 악단을 통제하며 절제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열정적으로 달아오른 뒤 점점 고조되는 식의 해석을 선보였다.
체념적이고 사색적인 브람스가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는 브람스였다고 할 수 있다.
라일란트는 1악장 후반부에서 템포를 빠르게 몰아가고, 2악장에서도 팀파니 연타 위에 펼쳐지는 행진곡 풍의 모티브를 격렬하게 표현해 낯설면서 신선한 면모를 드러냈다.
다만 목관악기 앙상블의 정교함과 트럼펫이 약음을 연주할 때의 통제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3악장 또한 아주 외향적으로 조형되었고, 4악장에서는 거장의 퇴장 등을 연상시키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극적인 피날레를 선사했다.
이날 연주에서 눈에 띈 것은 악곡에 나타나는 변화들이 지휘자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현악기군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부족했고 직선적인 악기와 온화한 악기 사이의 균형도 아쉬웠지만, 하나의 악단으로서의 응집력은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라일란트와 악단 사이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움과 완성도를 동시에 거머쥐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독자적인 소리 정체성까지 찾아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음향 문화를 일궈내는 그 오랜 여정에 열렬한 성원과 동시에 끈기 있는 호기심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날 공연 역시 그러한 관심을 기분 좋게 이어가게 만드는 온기 가득한 연주였다.
/연합뉴스
이는 국립심포니만의 음향을 완성하는 것과 더불어 라일란트 음악 감독이 내세우는 중요한 방향성이기도 하다.
상주 작곡가 전예은의 '튜닝 서곡' 세계 초연도 그 일환이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브람스 교향곡 4번' 공연에서 첫 곡으로 선보인 전예은의 '튜닝 서곡'은 악단의 공연 전 조율 장면을 소재로 한 독특한 곡이다.
오보에의 A음이 울려 퍼지고 여러 악기가 제각각 그 음을 모방하듯 조율하다 각 악기의 특징적인 음색, 그날 연주하게 될 작품의 일부 등으로 분산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오케스트라의 튜닝 과정은 본래 음향적으로도 매우 신선한 순간이다.
A음이라는 완전한 일치에서 혼란으로, 혼란에서 다시 조율된 소리의 화음으로, 그리고 갑작스러운 침묵과 긴장이 뒤따르는 변화무쌍함을 지닌다.
어느 공연에서나 조율은 A음으로 시작되지만, 손과 입을 풀기 위해 부분부분 연주되는 악곡의 파편들은 모두 다르며 무작위로 조합된다.
전예은의 '튜닝 서곡'에서 작곡가가 상상한 공연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로슈카'였던 것으로 보인다.
작품은 이 곡의 파편들을 끌어모아 진행되며 작품 말미엔 춤곡의 악상도 잠시 펼쳐진다.
작곡가의 악상을 의도대로 연주해야 하는 초연 무대의 특성상 악단은 연주에 즉흥성을 완전히 살리진 못했으나, 작곡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다.
즉 소음도 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경청이라는 사실이다.
현대 음악과 신곡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우리만의 소리 자산을 가꿀 수 있다.
이날 공연에서는 좀처럼 국내 무대에선 연주되지 않는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도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말러의 중기의 시작을 알리는 명작으로 불린다.
먼저 선보였던 그로테스크하고 사회 고발적인 '소년의 마술 뿔나팔' 민요집과 달리 이 곡에서는 보다 서정적이고 내면적인 성격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진다.
다만 노래를 맡은 바리톤 양준모는 오페라 공연에 어울릴법한 직설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가창을 선보이며 작품 안에 흐르는 고백적인 정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다.
특히 첫 곡 '보리수 향내를 맡네'에서는 성악이 관현악의 솔로 악기들과 선율 대 선율로 어우러지며 은은한 정서를 드러내는 부분을 잘 살리지 못했다.
말러의 자기 고백으로 잘 알려져 있는 네 번째 곡 '나는 세상에서 잊혔네'에서는 노래가 작품 안에 충분히 침잠하지 못해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호흡이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
2부에서 연주된 브람스 교향곡 4번은 여러 면에서 특이하게 다가왔다.
라일란트는 곡의 초반에는 악단을 통제하며 절제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열정적으로 달아오른 뒤 점점 고조되는 식의 해석을 선보였다.
체념적이고 사색적인 브람스가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는 브람스였다고 할 수 있다.
라일란트는 1악장 후반부에서 템포를 빠르게 몰아가고, 2악장에서도 팀파니 연타 위에 펼쳐지는 행진곡 풍의 모티브를 격렬하게 표현해 낯설면서 신선한 면모를 드러냈다.
다만 목관악기 앙상블의 정교함과 트럼펫이 약음을 연주할 때의 통제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3악장 또한 아주 외향적으로 조형되었고, 4악장에서는 거장의 퇴장 등을 연상시키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극적인 피날레를 선사했다.
이날 연주에서 눈에 띈 것은 악곡에 나타나는 변화들이 지휘자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현악기군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부족했고 직선적인 악기와 온화한 악기 사이의 균형도 아쉬웠지만, 하나의 악단으로서의 응집력은 시종일관 유지되었다.
라일란트와 악단 사이의 신뢰 관계가 구축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움과 완성도를 동시에 거머쥐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독자적인 소리 정체성까지 찾아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한국 오케스트라의 음향 문화를 일궈내는 그 오랜 여정에 열렬한 성원과 동시에 끈기 있는 호기심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날 공연 역시 그러한 관심을 기분 좋게 이어가게 만드는 온기 가득한 연주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