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가 '0원'이라고?…기술로 먹고 사는 이 회사, 불황 없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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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 인터뷰
"매출 두자릿수 성장 전망…이익률 40%대 목표"
신제품 연내 출시…내년 매출 발생 본격화
"매출 두자릿수 성장 전망…이익률 40%대 목표"
신제품 연내 출시…내년 매출 발생 본격화
스마트폰, TV, CCTV, 카메라 등. 영상으로 나오는 모든 것에 들어가 있지만, 정작 보이진 않는 '그것'. 바로 칩스앤미디어의 핵심 수익원인 '비디오 코덱 설계자산(IP)'다. 용어가 어렵지만, 쉽게 말해 영상을 녹화하고 재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라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만큼 메모리 업종과 달리 타격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적은 더 좋았죠. 기술만 개발하면 되는 거라 매출원가가 '0원'입니다. 매출보다 이익 증가세가 더 가파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지난 5일 <한경닷컴>과 만난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김 대표의 철학은 빈 말이 아니었다. 칩스앤미디어 직원의 77%는 연구개발 인력(R&D)으로 채워져 있다. 기술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회사인 만큼 탄탄한 R&D 인력은 반도체 불황에서도 실적이 견조할 수 있었던 기반이 돼 줬다.
마침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도화된 비디오 IP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기술 적용 영역이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로봇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칩스앤미디어의 미래 먹거리도 풍부해지고 있다.
라이선스 매출은 기술 사용료다. 로열티 매출은 IP를 제공받은 칩 회사가 칩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까지 이뤄졌을 때 발생하게 된다. 결국 칩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로열티 매출 발생이 결정되는 셈이다. 평균적으론 라이선스 제공 시점부터 2~3년 뒤 로열티 매출이 발생한다. 김 대표는 "로열티 매출 발생이 늘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IP를 제공한다는 건 결국 기술로 먹고산다는 얘기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달리 설비투자가 필요 없고, 재고 우려도 없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 원가가 '0원'인 이유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대였다. 이를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최근 챗GPT, 자율주행 등 기술 고도화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반도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같은 흐름에 대응해 회사는 기존 비디오 코덱 분야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신경망처리장치(NPU)다. NPU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해 만든 AI 전용 반도체다. 회사는 일반 NPU가 아닌 '영상특화' NPU를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모색하겠단 전략이다.
영상 특화 NPU는 일반 NPU보다 크기가 5분의 1에 불과하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김 대표는 "영상에 특화된 NPU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일반 NPU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NPU를 올해 9~10월 제품을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김 대표는 "벌써 기존 150여개 고객사 중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여럿 있다"며 "관련 매출 발생은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엔 이 NPU에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슈퍼 레졸루션(SR)', 영상의 잡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리덕션(NR)', 객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검체 색출(OD) 등 다양한 AI 기반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적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제공하겠단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주문형직접회로(ASIC) 서비스 업체를 통해 자체 칩을 개발하는 추세 속에서도 추가 매출 발생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엔 기성 칩을 썼던 이 업체들이 최근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칩을 직접 개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IP를 사용해 칩을 개발해 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 고프로에 우리 IP가 적용됐는데 딱 이 사례"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회사 규모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 450억원가량 실탄은 확보된 상태다. 유럽 시장 진출 계획도 있다. 자동차 전방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8~2022년까지 지난 5년간 국가별 매출 비중 대부분은 미국(매출 비중 39%), 중국(38%)이 차지했다. 이 밖에 일본(10%), 대만(6%), 한국(5%) 등이었다.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241억원으로 2020년 대비 2년 만에 56.4% 증가했다.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다. 영업이익은 2020년 24억원 수준에서 2022년 73억원으로 3배 뛰었다. 물론 반도체 한파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한정된 얘기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27.5% 증가할 전망이다. 이 증권사 박종선 연구원은 "지난해 이연된 라이선스(700만달러·약 92억원) 및 로열티 매출이 반영돼 안정적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회사인 만큼 탄탄한 연구개발(R&D) 인력이 뒷받침됐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칩스앤미디어 전체 임직원의 77%는 R&D 인력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우리 회사를 본보기 삼아 새로운 무언가를 일구고, 그렇게 시스템 반도체의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목표를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라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만큼 메모리 업종과 달리 타격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적은 더 좋았죠. 기술만 개발하면 되는 거라 매출원가가 '0원'입니다. 매출보다 이익 증가세가 더 가파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지난 5일 <한경닷컴>과 만난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사람이 곧 자산'이라는 김 대표의 철학은 빈 말이 아니었다. 칩스앤미디어 직원의 77%는 연구개발 인력(R&D)으로 채워져 있다. 기술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회사인 만큼 탄탄한 R&D 인력은 반도체 불황에서도 실적이 견조할 수 있었던 기반이 돼 줬다.
마침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도화된 비디오 IP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기술 적용 영역이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로봇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칩스앤미디어의 미래 먹거리도 풍부해지고 있다.
"40%대 영업이익률 목표…신사업 'NPU' 9~10월 출시"
2003년 설립된 칩스앤미디어는 국내 유일의 영상 관련 반도체 IP 개발 업체다. IP는 반도체 칩 개발에 활용된다. 이 반도체 칩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전방업체에 투입되는 것이다. 회사의 매출은 '라이선스 매출'과 '로열티 매출' 2가지로 대부분 이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칩스앤미디어 매출 비중은 라이선스(41.7%), 로열티(54.3%)로 구성됐다. 라이선스와 로열티 매출 비중만 무려 96%에 달했다.라이선스 매출은 기술 사용료다. 로열티 매출은 IP를 제공받은 칩 회사가 칩 개발에 성공하고, 판매까지 이뤄졌을 때 발생하게 된다. 결국 칩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로열티 매출 발생이 결정되는 셈이다. 평균적으론 라이선스 제공 시점부터 2~3년 뒤 로열티 매출이 발생한다. 김 대표는 "로열티 매출 발생이 늘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IP를 제공한다는 건 결국 기술로 먹고산다는 얘기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달리 설비투자가 필요 없고, 재고 우려도 없다.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 원가가 '0원'인 이유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대였다. 이를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최근 챗GPT, 자율주행 등 기술 고도화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반도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같은 흐름에 대응해 회사는 기존 비디오 코덱 분야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신경망처리장치(NPU)다. NPU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해 만든 AI 전용 반도체다. 회사는 일반 NPU가 아닌 '영상특화' NPU를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모색하겠단 전략이다.
영상 특화 NPU는 일반 NPU보다 크기가 5분의 1에 불과하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김 대표는 "영상에 특화된 NPU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일반 NPU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NPU를 올해 9~10월 제품을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김 대표는 "벌써 기존 150여개 고객사 중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여럿 있다"며 "관련 매출 발생은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엔 이 NPU에 저해상도 영상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슈퍼 레졸루션(SR)', 영상의 잡음을 제거하는 '노이즈 리덕션(NR)', 객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검체 색출(OD) 등 다양한 AI 기반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적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제공하겠단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주문형직접회로(ASIC) 서비스 업체를 통해 자체 칩을 개발하는 추세 속에서도 추가 매출 발생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엔 기성 칩을 썼던 이 업체들이 최근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칩을 직접 개발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IP를 사용해 칩을 개발해 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 고프로에 우리 IP가 적용됐는데 딱 이 사례"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회사 규모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M&A)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 450억원가량 실탄은 확보된 상태다. 유럽 시장 진출 계획도 있다. 자동차 전방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8~2022년까지 지난 5년간 국가별 매출 비중 대부분은 미국(매출 비중 39%), 중국(38%)이 차지했다. 이 밖에 일본(10%), 대만(6%), 한국(5%) 등이었다.
실적 견조…"두 자릿수 성장률 기대"
최근 지속된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실적은 상승세였다. 고객사 업종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헤지한 결과다.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데다 대부분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실적 안정세에 영향을 줬다.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241억원으로 2020년 대비 2년 만에 56.4% 증가했다.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90%가 넘는다. 영업이익은 2020년 24억원 수준에서 2022년 73억원으로 3배 뛰었다. 물론 반도체 한파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한정된 얘기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다만 올해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9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27.5% 증가할 전망이다. 이 증권사 박종선 연구원은 "지난해 이연된 라이선스(700만달러·약 92억원) 및 로열티 매출이 반영돼 안정적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이 곧 매출로 연결되는 회사인 만큼 탄탄한 연구개발(R&D) 인력이 뒷받침됐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칩스앤미디어 전체 임직원의 77%는 R&D 인력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우리 회사를 본보기 삼아 새로운 무언가를 일구고, 그렇게 시스템 반도체의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목표를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