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맥'으로 대표되던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매년 성인 인구가 늘고 있지만, 달라진 음주 문화에 맥주와 소주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취하는 문화였다면 이제는 즐기는 문화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김예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형 주류 매장을 찾은 20대 직장인 이은솔씨.

틈틈이 돈을 모아 위스키 한 병 사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됐습니다.

병 당 10만 원이 훌쩍 넘지만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위스키를 사 모으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이은솔 / 서울 강북구: 월급을 받으면 나갈 돈 다 나가고 뺄 돈 다 빼고, 남는 돈에서 싸게 산다든지 아니면 이걸 한 병 사고 나면 다른 건 하지 않겠다 이런 의지로 취미 생활에 돈 쓰는 느낌으로 하는 것 같아요.]

사발식, 의리주 등 폭음으로 대표되던 대학가도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더 적게, 더 다양하게 마시고, 술자리는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됐습니다.

[최예찬 / 경기 고양시: 제가 지금 28살인데 한 대학교 초반 때 그때는 소주, 맥주 먹고 바로 취하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어쨌든 MZ들도 약간 위스키나 와인 같은 거 취하지 않을 정도로 맛을 즐기는…]

[정서윤 / 서울 송파구: 요즘은 카페에서 음료 마시는 느낌으로, 맛있는 주류를 먹는다는 느낌이 된 것 같아요. 술집에서 팔고 있는 맛있는 술이 뭐가 있나 살펴보는 것 같고…]

음주 문화의 변화는 실제 소주, 맥주 소비량 변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해 성인 인구가 늘었는데도 소주, 맥주 소비량은 20% 가까이 줄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주류 소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권위보다는 수평을 중시하는 인식이 음주 문화에도 반영되고 있는 겁니다.

여성의 주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술을 취향껏 즐기려는 인식이 반영된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수진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근 술 시장은요. 정확하게 취향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지위가 어디든, 내가 20대 여성이든 50대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사람이든 내가 좋아하면 마실 수 있는 게 술이라는 인식이 훨씬 더 팽배해진 것 같고요.]

빨리 마시고 취하는 '소맥'으로 대표되던 음주 문화가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것 처럼 음주 문화가 달라지면서 주류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 내용 산업2부 유오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소주와 맥주 소비 감소세가 확연한 걸 보면, 전체 주류시장도 위축됐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지난 5년치 소주맥주 소비 동향을 봤는데요. 전체적인 주류소비도 둔화 흐름이 뚜렷합니다.

국세청의 주류 출고량 자료를 보면요, 2017년 397만㎘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내리막을 걸어 2021년 351만㎘로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1% 가까이 감소한 것입니다.

그동안 위스키와 와인 등 주류 수입액이 늘긴 했지만, 전체 수입물량이 41만㎘로 전년에 비해 줄었고 또 하향 추세거든요.

소주·맥주에서 위스키 와인으로 소비가 일부 돌아서긴 했지만, 그보다 소주 맥주의 감소세가 커서 전체적인 주류 소비 둔화는 확연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코로나라는 변수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아무튼 우리 사회가 술을 덜 마시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문화적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회식을 가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많았는데 이런 주류 문화가 차츰 사라지고 있고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면서 과거 남성 중심의 주류 소비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주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코로나 기간 홈술, 혼술이 늘어나면서 주류 시장의 변화, 술을 덜 마시는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앵커]

소주 맥주 소비가 줄어든 것도 모자라 술을 덜 먹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주류업계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기자]

네. 음주문화 변화가 당장에 큰 영향은 없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위기감이 클 수 밖에 없는데요.

현재가치보다는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주가를 보면 국내 주류업체들의 고민을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증시에 상장된 주류회사 하면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제주맥주가 있고, 또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을 만드는 창해에탄올, MH에탄올 같은 주정회사 이렇게 있잖아요.

술 덜 먹는 사회로 변화를 보여주듯 이 회사들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주류회사 하이트진로 주가는 3년 간 51%(47,050→22,600)나 내렸고, 제주맥주, 창해에탄올, MH에탄올 등 주류 관련 회사들도 상황이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앵커]

소주와 맥주가 주력인 국내 주류 회사들, 돌파구 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해진 소비자 취향에 따른 다양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주라고 해도, 무설탕 소주를 내놓는 식입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설탕을 뺀 제로 소주 시장에 선발 주자로 나섰는데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천만병을 넘기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뒤,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 뿐 지방 소주회사들 까지 제로소주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소비층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맥주에선 알코올을 뺀 무알콜 맥주 라인업을 확대하는가 하면,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캐릭터 마케팅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들어보시겠습니다.

[명욱 / 연세대 미식문화최고위과정 교육원장 : 대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진행했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서서히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통일되고 정해진 술을 즐기는 것이 아닌 각각의 취향을 찾아가는 만큼, 소비자에게 그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줘야하죠.]

[앵커]

음주 문화 변화가 단순히 주류 업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죠? 유통업계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대응에 나섰다고요?

[기자]

아무래도 회식은 좀 줄고, 홈술·혼술 문화는 커지다보니 술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마트나 백화점, 편의점 같은 유통 채널은 주류 시장 변화에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쇼핑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와중에 주류는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서 그런 건데요.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매장에 대형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내고 고객 몰이에 나섰습니다.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렸고, 덕분에 보틀벙커 1호점이 입점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나 늘기도 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간편하게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보니 편의점도 주요 주류 구매 채널로 떠올랐는데요. 주류 전문점 수준의 품목을 갖춰 놓은 주류 전문 매장을 출점한다던지, 네 캔 11000원 맥주를 넘어 세 캔 11000원, 위스키, 와인 등 다양한 주종을 구비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주류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승택 / BGF리테일 주류TFT 팀장: 최근 하이볼이나 고가의 술을 팔면서 세 캔 11,000원 이런 게 있어요. 네 캔 보다는 상위, 비싼 맥주들이죠…이런 상품들이 팔릴까 싶다가도 실제로 팔리는 걸 보면서, 이런 제품 찾는 분들 많아졌고… 비싸더라도 고급화된 제품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김예원 기자 osyou@wowtv.co.kr
술 덜 마시는 사회...돌파구 찾는 주류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