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 제1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는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한국이 주최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차기 개최국으로 29일 확정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2021년 시작된 이 회의는 중국·러시아 등 반(反)민주·권위주의 진영의 부상에 대응하고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다음달 미국 방문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한국, 인도·태평양 지역 강력한 등불”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 개최에 앞서 공동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확한 시기와 행사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될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세계적인 민주주의 퇴조에 대응하는 국가 간 회의체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2021년 12월 한국 등 110여 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 단독 주최로 첫 회의가 열렸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여서 화상 회의로 개최됐다. 이번에 열린 2차 회의는 미국은 물론 한국,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잠비아 등 5개국이 공동 주최했다. 참여 국가는 120여 개국으로 늘었다.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도 참가했다.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회의를 한국이 주최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민주적 제도’와 ‘글로벌 리더로의 부상’을 꼽았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한국의 민주적 제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력한 등불이며 민주주의가 지속적인 안보와 번영을 가꾸는 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이날 ‘경제성장과 함께하는 번영’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 첫머리 발언을 통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발전해 온 과정은 인류의 역사가 그랬듯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여정이었다”며 “70여 년 전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자유를 지켜낸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자유 촉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러 때린 尹 “권위주의 세력 진영화”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를 두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라고 규정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염두에 둔 듯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자유, 민주주의와 함께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과 규범에 의해 이뤄져야 하고 그것이 바로 법치”라며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을 규탄하는 발언은 본회의에 앞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사전회의에서도 쏟아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중재에 나선 중국을 겨냥해 “러시아의 점령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들에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공격에 나설 시간을 벌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부패로 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국부를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겨냥해 “미국은 자신의 수많은 폐단을 무시하고 소위 민주주의란 기치 아래 공공연히 이념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오형주 기자/워싱턴=정인설 특파원 ohj@hankyung.com
한국이 미국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차기 개최지로 확정됐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한국이 미래의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에 동의한 것을 공유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의 주최의 책임을 떠맡아준 데 대해 한국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12월 110여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이 단독으로 주최했다. 이번에 열리는 2차 회의는 미국이 행사를 주도하고 한국과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등 4개국이 공동 주최국으로 참여하고 120여개국이 참여했다. 한국이 올해 공동주최국 자격으로 참여한 데 이어 차기 회의에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있다. 다만 3차 회의를 한국 단독으로 주최할지,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대등한 자격으로 공동 주최하는 형식이 될 지는 미지수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 출범 2년이 됐고 민주주의와 동맹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2차 회의와 관련 부패 척결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지원하기 위해 4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면서 최대 6억9000만 달러(약 8900억 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공동 개최국 정상의 축사를 시작으로 개막됐다. 윤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주제로 첫 세션을 주재했다. 이어 한국은 30일 장관급 분야별 토론에서 부패 척결을 주제로 서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회의를 주재한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당정은 29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했다.한 총리는 "이 법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가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한 총리는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며 농업과 농촌 경제의 핵심"이라며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원도 20조원도 충분히 쓸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은 안 된다. 안 그래도 지금의 우리 쌀 산업은 과잉 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산업을 더욱더 위기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한 총리에 앞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그는 "이 법안의 폐단을 막고 국민과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선 헌법상 남아 있는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쌀이 그렇지 않아도 과잉 생산되는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쌀 생산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고 했다.그러면서 "과잉 생산된 쌀이 쌓이면 정부는 수년이 지난 뒤 거의 헐값에 내다 버리다시피 해야 할 지경이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그냥 버리는 셈이니 이런 법안이 통과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가 없다"며 "심지어 쌀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 자연히 다른 곡물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식량 안보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법안은 대한민국의 농업을 장기적으로 망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앞서 지난 23일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쌀 공급 과잉 심화'를 우려하며 반대해왔지만, 야당은 쌀값 안정화 필요성을 이유로 밀어붙였다.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대응 방안과 관련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취지에 대해 "여당이 우리의 국정 파트너이기 때문에 여당과도 긴밀히 협의해 반영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전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