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기폐쇄 부당 지시 혐의 사건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대전지검 "월성원전은 고리1호기와 달리 법적 근거 없이 폐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1호기 원전(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이 '고리 1호기도 정책적으로 폐로를 결정한 만큼, 월성 원전 폐쇄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 측 주장에 반박했다.

대전지검은 21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채 전 비서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월성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높았던 만큼, 한수원은 가동 중단 과정에서 배임 문제를 우려한 바 없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채희봉 측 변호인은 지난달 7일 열린 공판에서 "당시 원전 확대 정책을 편 정부에서조차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고리 1호기에 대해 지역 수용성 등을 이유로 정책적 결정에 따라 폐쇄했는데, 고리 1호기보다 경제성은 훨씬 낮고 최신 안전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운전 허가가 위법이라는 판결까지 내려진 월성 원전을 영구 정지하는 데 한수원의 배임에 대한 우려가 있었겠느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리 1호기는 산업부의 영구 정지 권고 이후 한수원 이사회까지 거쳐 가동을 중단한 것이고, 월성 원전은 한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탈원전) 방식으로 폐쇄를 추진하고 한수원을 압박해 자발적인 의향인 것처럼 제출하도록 한 것"이라며 "월성 원전은 폐쇄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성 원전에 최신 안전 기준인 'R-7'이 적용되지 않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련 행정소송에 패소한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R-7은 1991년 제정돼 1983년 건설된 월성 원전에 적용할 규정이 아니다"라며 "차수막 손상 문제 역시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의 냉각수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로, 월성 원전 안전성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한수원이 또 하나의 정부이고 자율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한수원은 시장형 공기업으로서 막대한 손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며 "산업부가 한수원에 조기 폐쇄 의향을 제출하게 한 것은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산업부 서기관 A(48)씨를 증인으로 불러 산업부가 당초 월성 원전 폐쇄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이유 등에 대해 신문했다.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이사회 의결로 조기 폐쇄·즉시 가동 중단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한수원 관계자들이 이사들의 배임 문제로 조기 폐쇄 의향 제출을 거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라고 지속해서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전지검 "월성원전은 고리1호기와 달리 법적 근거 없이 폐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