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유가 추락에도…주유소 기름값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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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러한 최근의 유가 안정세에 세수 부족 우려까지 커지면서 정부가 다음달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되, 인하 폭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입니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이 더 늘어나, 기름값이 더 올라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4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70달러선을 밑돌며 15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가 하락세가 빨라진 겁니다.
증권가는 연간 유가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가운데, 뱅크런 이슈가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오재영 / KB증권 연구원 : 강한 경기침체나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40달러대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금리인상 사이클, 인플레이션 환경이 녹록치 않아서 (반등) 확률을 높게 보지는 않아요.]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는 4월말까지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되, 인하폭을 축소하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는 25%, 경유는 37%의 유류세를 각각 할인해주고 있는데,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유류세를 낮추기 시작했던 1년4개월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 만큼, 5월부터는 유류세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 한 해에만 5조5천억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든 상황. 경기 둔화에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로서는 유류세를 더 걷어야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하준경 /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세수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도 있고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낮춘 것이니 다시 올려야 할 필요성이 생긴 거고요. 무역적자가 상당 부분 에너지 수입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유류세를 어느 정도 정상화하면서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것이 정부로서는 필요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경유 유류세 인하폭을 25%로 축소해 휘발유와 보조를 맞추거나, 아예 휘발유와 경유 모두 인하 폭을 20%로 낮추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다만 이러한 수준으로 유류세 인하폭이 줄어들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이 현재보다 각각 최대 40원, 100원씩 더 올라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은 더 커질 전망.
기름값 인상으로 이제야 조금씩 잡히기 시작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의 또다른 고민거리입니다.
정부는 다음달 유가 동향 등을 고려해 최종 유류세 조정안을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