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것을 친환경 실천으로 볼 수 있을까. 환경문제를 취재해 온 저자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데도 물과 전기 등 물질적 자원이 소모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전환이 물질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색다른 관점에서 풀어냈다. (갈라파고스, 364쪽, 1만8500원)
지난 13일 폐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됐다. 모두가 예상한 일이었다. 외신 반응도 심드렁했다. 중요한 결정은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내려졌기 때문이다.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중요한 나라다. 당의 수장인 총서기가 정부 수장인 국가주석보다 세다. 시진핑이 총서기를 세 번째 맡게 된 것이 제20차 당대회에서 결정됐다. 세계 중국 전문가들의 이목이 지난해 가을 열린 당대회에 쏠린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함께 쓴 <중국식 현대화와 시진핑 리더십>은 이 20차 당대회를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20차 당대회 이후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정부를 파악하는 것은 곧 우리의 문제”라고 말한다.5개월 전 벌어진 일인 만큼 이미 알려진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시진핑의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중국의 개혁가들은 권력 분산을 추구했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은 개인에 의한 독단적인 통치를 불러오기 쉽다”고 경고한 덩샤오핑의 말이 이때의 시대 정신을 대변한다. 이후 10년 주기의 지도부 교체, 68세 나이 제한 등이 도입됐다. 당 지도부를 구성할 때도 여러 파벌에 자리를 나눠줬다.20차 당대회 때 이런 권력 분점 원칙은 철저히 파괴됐다.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진핑 본인을 포함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모두 시진핑 세력으로 채워졌다. 3명은 지방에서 시진핑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나머지 3명은 시진핑이 발탁하고 승진시킨 인물이다. 조 교수는 “시진핑과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간의 권력관계가 평등한 관계에서 주종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으론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했지만, 사실상 시진핑 1인지배 체제가 확립된 것이다.시진핑이 완벽한 1인지배 체제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먼저 공산당 주석 제도가 부활하지 않았다. 공산당 주석이 당 대표라면, 총서기는 사무총장이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사무총장이 당 대표 직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세력은 2017년부터 당 주석 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애썼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시진핑에게 ‘최종 결정권’이 부여됐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공산당 및 국가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가졌던 최고의 힘이다. 이 권한이 부여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부 유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책은 또 중국의 경제 정책, 안보, 사회 안정, 외교, 대만과의 관계도 분석한다. 중국이 사회주의적 목표인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면서 공산당과 정부의 경제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과의 대결을 앞두고 경제 안보가 중요해지자 ‘검약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해석한다. 최첨단 반도체 장비가 없어도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게 그런 예다. 한국에 대해선 “중국이 사드 때처럼 강경한 제재 외교를 통한 한반도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시진핑의 3연임과 미·중 대결로 세계 질서에 먹구름이 끼면서 중국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쓴 이 책은 시진핑 3기가 어떻게 나아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시야가 좁다. 중국의 현황과 정책을 자세히 소개하는 수준에 머문다. 글로벌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자료인데 어디에 뒀는지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데 도대체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없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겪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은 엉뚱한 곳에 보관된 메모와 파일 등을 찾느라 소비한 시간만 1년에 평균 76시간이다.<세컨드 브레인>은 정보와 지식을 제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효율성 높은 디지털 보관소를 구축하는 요령을 알려준다. 생산성 전문가로 개인과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성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미국 출신 티아고 포르테가 썼다. 저자는 위대한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살펴봤다. 아이작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은 기록을 습관화했다. 맨땅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없었다. 평소에 영감이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하지만 무작정 기록만 해서는 원하는 효과를 100% 얻을 수 없다. 저자는 ‘CODE’라는 단어로 기록의 순서를 제시한다. 수집(collect) 정리(organize) 추출(distill) 표현(express)이다. 먼저 관심 있는 자료나 떠오른 아이디어를 간단히 저장한다. 저장한 자료는 그대로 두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요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핵심만 파악하고 따로 정리해 둔다. 그런 다음엔 프로젝트나 목표를 실행할 때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면 된다.완전히 다른 분야의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영역의 아이디어들을 연결 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 작업한 결과물과 중간 과정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의 다양한 피드백을 취합하고 나만의 관점을 정교하게 다듬고 정립해야 한다.저자는 무턱대고 정보를 종류별로 나누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신선한 과일, 말린 과일, 주스와 냉동 과일을 모두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어떤 요리에 쓸지를 고민하고, 그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한데 모아 정리하는 것처럼 정보를 재분류하라고 조언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수원 화성을 건설한 정조는 어떻게 막대한 재원을 감당했을까? 대한제국은 철도 부설과 탄광 개발, 무기 수입 등을 하면서 무엇으로 지급을 보증했을까?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찾을 때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인삼’이다.최근 출간된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은 인삼이라는 렌즈로 한국사를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사학자인 이철성 건양대 교수다. 충남 논산에 있는 건양대 총장을 지낸 그는 지역 연구의 일환으로 인삼문화사를 연구해왔다.책의 1장은 재배 없이 채취만 가능하던 시절의 인삼 관련 문화를 담았다. 한국사 주요 사건과 인물을 인삼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2장부터다. 책은 인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 무역 네트워크 속으로 들어갔는지, 서양에서 인삼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광복 이후 인삼 판매 체제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들려준다.조선에서 난 인삼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17~18세기 일본에서 유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이 어린 딸이 조선 인삼으로 아버지의 난치병을 고치고 싶은데, 인삼값이 너무 비싸 유곽에서 몸을 팔았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선 조선 인삼을 사들이려고 ‘인삼대왕고은’이라는 순도 80%의 특수 은화까지 만들었다.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소금을 키워드로 한국 문화사를 맛깔나게 풀어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