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젊은 남자·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 젊은 남자 = 아니 에르노 지음.
"그는 뒤섞인 과거였다.

그와 함께 나는 삶의 모든 나이를, 내 삶을 두루 돌아다녔다.

"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83)가 50대에 30살가량 어린 대학생과 만난 경험을 풀어낸 소설이다.

이 연애는 글을 쓰려는 욕망에서 시작됐다.

에르노는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한 쾌락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젊은 남자와 한 침대에 머물고 데이트를 하는 일상은 그에게 잊고 있던 여러 순간을 소환했다.

그 기억은 30년 전 불법 임신 중단 수술, 과거의 연인, 신혼 초의 가난한 일상 같은 것들이다.

마치 젊은 시절이란 연극이나 소설을 체험하는 느낌이 들자 "청춘의 소란"이 반복되는 듯했다.

쾌락이 밀려난 자리엔 고독이 따라왔다.

그는 단호하게 이별을 택하고 글을 썼다.

에르노가 오랜 시간 회피해온 불법 임신 중절에 대한 소설 '사건'은 젊은 남자와의 연애 끝에서 태어났다.

에르노는 소설에서 여성의 욕망과 사랑, 쾌락과 고독 같은 농밀한 감정과 남녀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계급 등을 솔직한 필치로 담아냈다.

경험한 것만 쓰는 에르노가 '여자아이 기억'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최신작이다.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던 원고를 지난해 5월 보완해 출간했다.

한국어판에는 프랑스어 원문 전문을 수록하고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을 별책으로 담았다.

레모. 112쪽.
[신간] 젊은 남자·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조선인 부락'인 일본 오사카 변두리에서 자란 박미영은 연극인의 꿈을 안고 1983년 도쿄의 조선대학교에 입학한다.

조선대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 운영하는 학교로 규율이 엄격하다.

미영은 학부별 점호, 정치학습, 하루 총화 등의 생활 규칙이나 상호 비판, 이미 규정된 진로 탓에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진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자유를 제한하는 체제에 저항하는 미영의 작은 투쟁기이자 일본인과의 연애를 그린 청춘 소설이다.

언니를 만나고자 참가한 북한으로의 졸업 여행도 비중 있게 다뤘다.

어렵게 만난 언니는 "공부도 연애도 마음껏" 하라며 더는 허울뿐인 조국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라고 당부한다.

재일조선인 2세 영화감독 양영희가 2018년 일본에서 출간한 첫 소설로 작가의 실제 경험에 허구를 더했다.

양영희는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6)과 '굿바이 평양'(2011)·'수프와 이데올로기'(2022),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3)에서 가족을 통해 재일교포의 삶을 조명했다.

이번 소설에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연극을 사랑하는 대학생 주인공 박미영은 1964년생인 나 자신을 모델로 삼았고, 그녀가 청춘을 보낸 1980년대 도쿄의 모습을 그리움을 담아 충실히 재현했다"고 말했다.

마음산책. 24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