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끼자면서…' 생활용수 줄줄 새는 광주 덕남정수장

수질 측정에 사용한 맑은 물, 모두 하수관으로 내보내

광주시가 심각한 가뭄 위기를 극복하자며 시민에게 물 절약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정수장에서는 깨끗한 생활용수가 일상적으로 버려지고 있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외부로 설치된 우수관에는 상당량의 생활용수가 상시 배출되고 있다.

시냇물이 흐르듯 끊임없이 배출되는 이 물은 정수장이 수질 측정을 위해 자동 수질 측정기에서 사용한 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수질측정기는 정수 단계별로 도착수, 침전수, 여과수, 정수 등에 대해 각각 탁도나 ph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인데 덕남정수장에는 모두 10대가 설치돼 있다.

수질 측정에 사용된 물이라도 대부분은 다시 정수 작업을 거쳐 정상적인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용연정수장에서는 자동 수질 측정기에서 사용한 물을 회수조에 모아놨다가 다시 정수 작업을 거쳐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덕남정수장의 경우 자동 수질 측정기를 거친 물을 한곳에 모으거나 정수장으로 다시 보낼 수 있는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우수관을 통해 모조리 흘려보내고 있다.

멀쩡한 깨끗한 물이 1년 내내 하수관으로 버려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덕남정수장은 이렇게 낭비되는 생활용수의 양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수장 관계자는 "우수관에서는 수질 측정에 사용된 물이 지하수와 함께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려지는 양은 전체 정수량에 비하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돗물 밸브를 조이고 빨래를 몰아서 하는 시민들의 물 절약 실천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은 "가뭄 위기라면서 깨끗한 물이 매일 버려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는 물을 아껴 쓰라고 하더니 정작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덕남정수장은 지난달 12일 송수관로 밸브가 고장 나 생활용수 5만여t이 넘쳐흘렀고, 2만8천여세대가 단수되는 사고가 났던 곳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