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골목 사진 100여장 수록…4월3일까지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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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은 1968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소형 카메라를 메고 서울역에서 염천교를 지나 중림동 골목길을 찾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 속 풍경들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우리의 일상이었던 그대로다.
까까머리 소년들, 우물에서 물을 긷고 제기를 차는 아이들, 바리캉으로 골목에서 아이의 머리를 깎아주는 할아버지, 등목하는 아이들 등 당시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흑백 사진 속에 살아 있다.
작가는 2003년 작가노트에서 "중림동은 참으로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처음 그 골목에 들어서던 날, 왁자지껄한 골목의 분위기는 내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을 연상시켰고 나는 곧바로 '내 사진의 테마는 골목 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 안 풍경, 이것이 내 평생의 테마다'라고 결정해 버렸다"고 자신에게 골목 사진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천착했던 골목 안 풍경을 주제로 한 사진집을 생전 6권 냈지만, 이 책들은 모두 절판 상태다.
현재는 사후인 2011년 눈빛출판사에서 출간된 '골목안 풍경 전집'만 남아 있다.
'골목안 풍경 전집'은 사진집으로서는 이례적으로 8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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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277장 중에는 유족으로부터 제공받은 1만장 사진 가운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골목 주제 사진도 100여장 수록됐다.
눈빛 출판사의 이규상 대표는 "김기찬의 골목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기억을 환기해주는 사진일 테지만 더 나아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내몰렸던 20세기 한국 기층민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책 출간과 함께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인덱스에서 김기찬의 골목 사진 30점을 소개하는 전시가 4월3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