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2025년 6월 재가동 목표"…NGO·전문가 "공론화 절차 부족"

[※ 편집자 주 = 오는 4월이면 설계수명을 다하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이 추진 중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고리2호기를 비롯해 원전 10기에 대해 임기 중 계속운전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는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계속운전이 추진 중인 고리2호기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고리2호기 계속운전 추진 과정에서의 논란과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
[원전 계속운전] (하) 이념 갈등에 안전은 뒷전…고리2호기 운명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 운전이 추진되면서 원전 계속운전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따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고리2호기 계속운전 심사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고리2호기 설계수명 만료 1년을 앞둔 지난해 4월 계속 운전을 위한 안정성평가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계속운전은 설계수명에 따라 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에 대해 심사를 거쳐 계속해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계속운전 심사체계는 크게 안정성 평가(계속운전안정성평가서)와 운영변경 허가 심사로 나뉜다.

원안위는 지난해까지 서류 적합성 심사를 진행했고 올해 1월부터 본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는 제출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이뤄진다.

원안위는 지난해 말 기자브리핑에서 "적용할 기술기준을 먼저 명확히 해 향후 논란의 소지를 제거한 상태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안위가 고리2호기에 대한 안정성평가서를 심사하는 동안 한수원은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변경허가 신청서에는 주민 의견이 반영돼 수정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와 경년열화(시간이 지나면서 기계적 성질이 약화되는 현상) 관리계획 등이 포함된다.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오는 4월 9일 발전을 멈춰야 한다.

원안위의 심사에 따라 계속운전으로 결정되면 고리2호기는 33년 4월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된다.

한수원은 운전변경 허가 심사까지 통과되면 설비 개선 시공을 마친 뒤 2025년 6월부터 계속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리2호기뿐 아니라 2024년과 2025년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3, 4호기도 지난해 9월 안정성평가서를 원안위에 제출하고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이어 올해는 한빛1~2호기·한울1~2호기, 내년에는 월성2~4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신청이 이어질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 운전 계획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수명 만료 연도는 각각 ▲ 고리 2호기 23년 4월 ▲ 고리 3호기 24년 9월 ▲ 고리 4호기 25년 8월 ▲ 한빛 1호기 25년 12월 ▲ 한빛 2호기 26년 9월 ▲ 한울 1호기 27년 12월 ▲ 한울 2호기 28년 12월 ▲ 월성 2호기 2026년 11월 ▲ 월성3호기 27년 12월 ▲ 월성 4호기 29년 2월이다.

지금까지 이뤄진 원전 수명 연장 사례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2건이다.

고리1호기(설계수명 30년)는 10년이 연장된 후 2017년 영구정지됐고 월성 1호기(설계수명30년)는 2015년 10년 계속운전이 결정돼 2022년까지 재가동될 예정이었지만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빚다가 조기 폐쇄됐다.

[원전 계속운전] (하) 이념 갈등에 안전은 뒷전…고리2호기 운명은
고리2호기의 경우 계속운전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자인 한수원은 계속운전은 안정성이 검증된 세계적인 추세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필수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40년간 원전의 위험성을 감수해 온 주민들은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계속운전을 통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고리1호기 폐쇄를 이끌었던 부산 지역 시민단체 등 140여곳은 지난 21일 "정부와 한수원의 일방적 원전 정책을 저지하겠다"며 범시민운동본부를 꾸렸다.

원전 계속운전이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지만 주민 여론 수렴과 안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법으로 규정된 계속운전 절차상 주민의견이나 외부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는 창구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 공람과 공청회밖에 없다.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공람은 극소수의 주민만 열람했고 관심도 떨어져 주민들의 온전한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청회도 시민단체 반발 속에 친원전과 탈핵 간 갈등만 빚다가 안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리본부 PA 추진팀은 "고리 3·4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람은 주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요약·설명 자료를 만들고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2호기 계속 운전 추진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3·4호기 때는 보완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공청회에서 사업자는 주로 수명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고 안전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은 없었다"며 "수명연장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원전 수명연장에는 안전 문제가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자를 규제, 감독해야 하는 원안위가 사업자에 협조적으로 나가고 있는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안석영 부산대학교 원전해체핵심기술연구센터장은 "사업자의 말처럼 원자력 선진국이 되려면 미국처럼 정보의 투명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원전 계속 운전이 이어지려면 첫 단추(고리2호기)를 잘 끼워야 하는데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고 원안위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