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바 스칼레츠카의 일기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출간
소설가 손원평 옮겨…"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알 권리 없어"
벌써 1년…12살 소녀가 그린 우크라 전쟁의 참상
"'전쟁'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쟁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신이 계획했던 모든 일은 전쟁이 가져오는 파괴로 예고도 없이 망가진다.

정말로 그것을 겪기 전까지, 당신은 전쟁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
러시아 접경지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살던 12살 소녀 예바 스칼레츠카도 전쟁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예바는 생일 파티를 앞두고 잔뜩 기대하고, 친구들과 SNS를 즐기며 영어와 피아노 배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2월 24일 새벽녘에 울린 포성이 그녀의 '평범한 행복'을 앗아갔다.

잠결에 어슴푸레하게 들리던 포격 소리가 집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무시무시하게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그의 심장은 순간 얼어붙었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손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혔다.

두려움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
벌써 1년…12살 소녀가 그린 우크라 전쟁의 참상
SNS 단톡방에선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안부를 묻고, 상황을 파악하느라 친구들은 분주했다.

이웃들과 각종 소식에 따르면 가게 안에는 기관총을 든 군인이 있었고,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혔다.

ATM 출금도 안 됐다.

마을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밤이 되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예바와 할머니는 아파트 지하실로 대피했다가 이튿날 할머니 지인이 사는 하르키우 서쪽 끝 노바 바바리야로 떠났다.

그러나 그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하르키우에선 러시아 공작원이 잡혔고, 폭격이 쏟아졌다.

항공기와 미사일의 소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폭발음이 너무 지겹다.

모든 게 평화로웠던 때의 소리들을 너무나 듣고 싶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빗소리 같은 것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엔 모든 게 완벽했다.

"
벌써 1년…12살 소녀가 그린 우크라 전쟁의 참상
전쟁이 일어난 지 6일째 되던 날, 살던 집이 폭격에 맞았다.

발코니, 부엌, 복도가 모두 파괴됐다.

회벽 조각, 유리가 복도에 가득했다.

물건과 연관된 모든 추억이 산산조각이 났다.

"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완전히 붕괴한 것이다.

"
하르키우는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었다.

살기 위해선 속히 떠나야 했다.

가족과 함께 그는 자원봉사자 차를 탔고, 이어 열차에 몸을 실었다.

르비우와 우즈호로드를 지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고, 언론의 주선으로 아일랜드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서방 언론,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다.

친구들도 운 좋게 대부분 하르키우를 떠났다.

폴리나는 독일로, 마리나는 중앙 우크라이나의 크레멘추크로, 키릴로는 폴란드 국경으로 갔다.

벌써 1년…12살 소녀가 그린 우크라 전쟁의 참상
예바는 온갖 고난 끝에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정착했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한 해변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추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물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가르고 있었다.

바다는 마치 하늘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그런 안도감 속에서도 떠나온 고향 생각이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슬픔과 고통이 밀려들었다.

"하르키우와 하르키우에서 한때 중요했으나 이제는 파괴된 모든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집으로 가려고 택시에 올라탔을 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벌써 1년…12살 소녀가 그린 우크라 전쟁의 참상
최근 국내에 번역돼 출간된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생각의힘)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바라본 책이다.

책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 '금지된 장난' 같은 아이들을 소재로 전쟁의 참상을 다룬 수많은 이야기에서 우리가 느꼈던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준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는 단순하지만, 절실한 생각들 말이다.

번역은 소설가 손원평이 맡았다.

그는 옮긴이의 말에서 "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알 권리가 없다.

그 당연한 무지의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해, 다시 말해 전쟁이 어떤 것인지 몰라야 하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을 위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전쟁이 어떤 것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썼다.

2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