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무대위 승승장구하던 女지휘자…그는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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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필드 감독 16년 만의 신작 'TAR 타르'
가상의 베를린필 女상임지휘자
실제 지휘하는 듯 생생하게 담아
현실과 상상의 경계 무너뜨려
예술계 만연한 정치 관계 다뤄
정상에서 빠르게 무너지는 타르
스스로 파괴하는 괴물로 변해
날카롭고 정교한 심리묘사 탁월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작품
가상의 베를린필 女상임지휘자
실제 지휘하는 듯 생생하게 담아
현실과 상상의 경계 무너뜨려
예술계 만연한 정치 관계 다뤄
정상에서 빠르게 무너지는 타르
스스로 파괴하는 괴물로 변해
날카롭고 정교한 심리묘사 탁월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작품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베를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에바 브루넬리, 에델 레진스카, 안토니아 브리코 등 여성 지휘자들이 베를린필과 호흡을 맞추긴 했으나 상임지휘자는 아니었다. 상임지휘자는 실질적인 리더로서 악단의 실력을 키우고 색깔을 입힌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TAR 타르’는 ‘베를린필에 여성 상임지휘자가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최초의 여성 상임지휘자는 지적이고 우아하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다음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린 작품이다.
영화는 토드 필드 감독이 ‘리틀 칠드런’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로 선임된 리디아 타르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영화 초반엔 타르가 인터뷰하는 모습, 줄리아드 음대에서 강연하는 듯한 모습 등을 담아낸다. 타르가 말하는 내용은 실제 악단 지휘자가 할법한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음악에 관한 지휘자로서의 견해와 생각 등도 깊이 있게 다뤄진다. 그래서 타르라는 인물의 일상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압권은 타르가 지휘대에 올라 단원들과 리허설하는 장면이다. 연주해야 할 음악을 오롯이 이해하고 온몸으로 악단을 지휘하는 블란쳇의 연기가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완벽한 실력과 제왕적 카리스마로 무대를 제압했던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카메라는 지휘대에 선 타르의 모습을 정면과 아래에서 비추며 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타르가 연주 중간중간 단원들과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실제 악단의 리허설을 보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블란쳇은 지휘 연기를 위해 러시아 지휘자 일리야 무신의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 주는 감동이 크다. 블란쳇은 타르가 줄리아드 음대에서 강연하는 장면을 10분이 넘는 롱테이크(촬영을 중간에 끊지 않고 연이어 진행하는 기법)로 찍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는 초반엔 승승장구하는 타르의 모습을, 후반엔 그가 빠르게 무너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타르의 성공 뒤에 숨은 비밀, 그리고 그의 사생활을 다룬다. 날카롭고 예민하며, 나아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타르의 괴물 같은 모습과 심리를 정교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예술계에 만연한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담아내며 씁쓸함을 더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영화는 토드 필드 감독이 ‘리틀 칠드런’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로 선임된 리디아 타르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영화 초반엔 타르가 인터뷰하는 모습, 줄리아드 음대에서 강연하는 듯한 모습 등을 담아낸다. 타르가 말하는 내용은 실제 악단 지휘자가 할법한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음악에 관한 지휘자로서의 견해와 생각 등도 깊이 있게 다뤄진다. 그래서 타르라는 인물의 일상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압권은 타르가 지휘대에 올라 단원들과 리허설하는 장면이다. 연주해야 할 음악을 오롯이 이해하고 온몸으로 악단을 지휘하는 블란쳇의 연기가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완벽한 실력과 제왕적 카리스마로 무대를 제압했던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카메라는 지휘대에 선 타르의 모습을 정면과 아래에서 비추며 지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타르가 연주 중간중간 단원들과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은 실제 악단의 리허설을 보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블란쳇은 지휘 연기를 위해 러시아 지휘자 일리야 무신의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 주는 감동이 크다. 블란쳇은 타르가 줄리아드 음대에서 강연하는 장면을 10분이 넘는 롱테이크(촬영을 중간에 끊지 않고 연이어 진행하는 기법)로 찍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는 초반엔 승승장구하는 타르의 모습을, 후반엔 그가 빠르게 무너지는 과정을 담아낸다. 타르의 성공 뒤에 숨은 비밀, 그리고 그의 사생활을 다룬다. 날카롭고 예민하며, 나아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타르의 괴물 같은 모습과 심리를 정교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예술계에 만연한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담아내며 씁쓸함을 더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