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보다 의대갑니다"…韓반도체 인력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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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로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반도체 업계에 인력 부족 문제가 재점화됐다. 갈수록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첨단 기술 경쟁력의 전제 조건인 우수 인재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 개설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비롯해 현재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반도체 분야의 10개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5개가 반도체 분야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빠른 기술 변화를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기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로 계약학과와 채용 연계형 석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만으로 우수 인재를 원하는 만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김기남 삼성전자 SAIT(구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서 "솔직히 저희도 반도체 계약학과도 만들고 무지 노력했는데 잘 안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 모집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고,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16명)의 3배에 가까운 44명이 등록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더했다.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졸업 후 대기업행이 보장된 계약학과임에도 의대 등으로 우수 인재들이 이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대에 갈 학생들이 중복 지원을 했을 정도로 반도체학과의 인기가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했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어쨌든 결국 소위 '톱티어(일류)'는 의대를 택했다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021년 17만7천명에서 2031년 30만4천명까지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지만, 매년 직업계고와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약 5천명에 불과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 예상으로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4천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인재 양성에 대해서는 저출산 문제만큼이나 복잡다단한 함수를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7일 천안 사업장을 찾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악화에도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하고, 대졸 초임 연봉을 경쟁적으로 인상해 온 것도 결국 인재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고, SK하이닉스도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DS 부문의 대졸 초임 연봉을 기존 5천150만원에서 5천300만원으로 2.9% 인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시니어 트랙' 제도 도입과 SK하이닉스의 '마스터' 직책 신설 등 반도체 전문가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인력 부족은 결국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의 문제"라며 "(반도체) 세액 공제 15%를 놓고도 대기업 특혜라고 반대하는데 누가 제조업에 종사하겠느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제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 개설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비롯해 현재 국내 7개 대학과 협력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반도체 분야의 10개 계약학과·연합전공을 지원하고 있다. 이중 5개가 반도체 분야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빠른 기술 변화를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기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로 계약학과와 채용 연계형 석사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만으로 우수 인재를 원하는 만큼 채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김기남 삼성전자 SAIT(구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심포지엄에서 "솔직히 저희도 반도체 계약학과도 만들고 무지 노력했는데 잘 안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삼성전자와 연계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정시 모집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고, SK하이닉스와 연계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16명)의 3배에 가까운 44명이 등록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더했다.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졸업 후 대기업행이 보장된 계약학과임에도 의대 등으로 우수 인재들이 이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대에 갈 학생들이 중복 지원을 했을 정도로 반도체학과의 인기가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했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어쨌든 결국 소위 '톱티어(일류)'는 의대를 택했다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021년 17만7천명에서 2031년 30만4천명까지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지만, 매년 직업계고와 대학(원)에서 배출되는 반도체 산업 인력은 약 5천명에 불과하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 예상으로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으로 총 5만4천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인재 양성에 대해서는 저출산 문제만큼이나 복잡다단한 함수를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7일 천안 사업장을 찾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악화에도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하고, 대졸 초임 연봉을 경쟁적으로 인상해 온 것도 결국 인재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연봉의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고, SK하이닉스도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DS 부문의 대졸 초임 연봉을 기존 5천150만원에서 5천300만원으로 2.9% 인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시니어 트랙' 제도 도입과 SK하이닉스의 '마스터' 직책 신설 등 반도체 전문가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인력 부족은 결국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의 문제"라며 "(반도체) 세액 공제 15%를 놓고도 대기업 특혜라고 반대하는데 누가 제조업에 종사하겠느냐.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제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