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바르심 꺾고 우승했던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출전 예정
전지훈련 기간 부비동염 시달려, TUE 승인 받으면 바로 수술
우상혁, 부비동염 수술받고 5월 도하에서 바르심과 맞대결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가벼운 수술을 받은 뒤 5월 예정된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과의 올해 첫 맞대결 준비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1일 미국으로 떠나 전지훈련을 시작한 우상혁은 유럽을 거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에서 남자 높이뛰기 첫 실전을 치렀다.

우상혁은 첫 실전에서 2m24로 2m28을 넘은 아카마쓰 료이치(28·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결과만 보면 아쉽지만, 과정을 떠올리면 은메달도 값지다.

우상혁은 치아가 부은 상태로 출국했다.

항생제 처방을 받긴 했지만, 세계도핑방지기구(WDAD)가 관리하는 '세계적인 선수'인 우상혁은 '도핑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아예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전지훈련 기간에 염증이 심해졌고, 축농증이라고도 불리는 부비동염으로 번졌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우상혁과 함께 지내는 김도균 코치는 "염증과 통증이 생겨 처음 짠 전지훈련 막판에는 계획한 만큼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한육상연맹, 용인시청 등과 훈련, 경기 출장에 관해 상의하던 우상혁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경기에는 출전하고 싶다"며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 출전을 강행했다.

세계육상연맹 인도어투어, 실외 경기인 다이아몬드리그 등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대회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나선다.

체코 등에서 열리는 '개인 자격'의 인도어 투어를 건너뛴 우상혁은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은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훈련량이 충분하지 않고,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우상혁은 은메달을 따냈다.

우상혁, 부비동염 수술받고 5월 도하에서 바르심과 맞대결
14일 귀국한 우상혁은 수술을 통해 부비동염을 떨쳐낼 계획이다.

WADA에 치료목적사용면책(TUE)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으면 바로 수술대에 오른다.

김도균 코치는 "길어도 2주 정도면 회복해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상혁은 수술과 회복 상태를 살펴, 국내 훈련 또는 국외 훈련을 택해 '아웃도어 시즌'(실외 경기)을 준비한다.

올 시즌 우상혁의 목표는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그러나 그전에도 한국 육상 팬뿐 아니라, 세계 육상이 주목할만한 경기를 치른다.

5월 5일 카타르 도하에서는 2023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이 열린다.

우상혁은 '디펜딩 챔피언' 완장을 차고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한다.

지난해 5월 14일 '바르심의 홈' 도하에서 열린 2022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 우상혁은 2m33을 넘어 2m30을 뛴 바르심을 제치고 우승했다.

2022년 세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구도가 '우상혁과 바르심의 2파전'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7월 19일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는 바르심이 2m37을 넘어 대회 3연패에 성공했고, 우상혁은 2m35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해 8월 11일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바르심과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를 치르며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모나코 대회에서 우상혁과 바르심의 공식 기록은 2m30으로 같았지만, 점프 오프에서 바르심이 이겼다.

우상혁, 부비동염 수술받고 5월 도하에서 바르심과 맞대결
세계육상연맹은 '기록'과 '월드랭킹 포인트', 두 가지 순위를 따로 집계한다.

우상혁은 2022년 남자 높이뛰기 실외 경기 기록 순위에서는 2m35로, 2m37의 바르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대회별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월드 랭킹' 부문에서는 우상혁이 1위 자리를 지키며 2022년 동안 가장 꾸준하게, 뛰어난 성적을 낸 점퍼로 인정받았다.

2023년에도 주요 대회에서 '2강' 우상혁과 바르심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출발점은 지난해와 같은 도하 다이아몬드리그다.

우상혁은 도하 다이아몬드리그가 끝나면 바로 귀국해 5월 5∼9일 예천에서 벌이는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 출전한다.

KBS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겸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우상혁이 꼭 출전해야 하는 대회다.

짧은 시간에 꽤 긴 거리를 이동해 두 대회를 치르는 어려움 속에서도 우상혁은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와 KBS배 출전을 포기할 수 없다.

2023 다이아몬드리그는 개별 대회 랭킹 포인트를 합산해 올해 9월 16∼17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리는 파이널시리즈 출전자를 가린다.

지난해 우상혁은 도하 대회 우승, 모나코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6명이 겨루는 파이널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남자 높이뛰기를 편성한 2022 다이아몬드리그 5개 대회 중 3개 대회에만 출전해 포인트 획득에 불리했고, 8월 27일 로잔 대회에서 8위로 1점을 얻는 데 그쳐 총점 16점으로 7위에 그쳤다.

파이널시리즈 진출권을 딴 6위 안드리 프로첸코(35·우크라이나)의 총점은 17점이었다.

우상혁, 부비동염 수술받고 5월 도하에서 바르심과 맞대결
2023년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남자 높이뛰기를 편성한 대회는 도하(5월 5일), 로마(6월 2일), 스톡홀름(7월 2일), 실레지아(7월 16일), 런던(7월 23일), 선전(8월 3일), 취리히(8월 31일) 등 7개다.

우상혁은 물리적으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보다 다이아몬드리그 출전이 쉽지 않은 데다 올해 7월 12∼16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출전에도 출전해야 해 실레지아 대회는 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버킷리스트에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 우승'도 추가한 우상혁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는 최대한 출전해 랭킹 포인트를 쌓을 생각이다.

우상혁은 이번 겨울, 통증과 싸웠다.

그러나 겨울의 고통은 봄과 여름, 환희로 바꿀 수 있다.

우상혁은 5월 도하 다이아몬드리그, 8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9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와 항저우아시안게임의 금빛 도약을 위해 아픔을 꾹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